"설탕 수출 금지" 식탁 덮친 폭염…지갑 열리는 곳도 달라졌다

"설탕 수출 금지" 식탁 덮친 폭염…지갑 열리는 곳도 달라졌다

백소희 기자, 김종훈 기자
2026.07.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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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폭염경제 핫 노멀(下)

쌀·설탕 줄인상 '폭염물가' 어느정도길래…"세계농업 500조 증발"

 2026년 4월 3일 프랑스 낭트의 한 지역 시장에서 10유로 지폐로 결제하는 쇼핑객. /로이터=뉴스1
2026년 4월 3일 프랑스 낭트의 한 지역 시장에서 10유로 지폐로 결제하는 쇼핑객. /로이터=뉴스1

서유럽에서 폭염으로 사상자가 속출한 데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엘니뇨 발생이 예측되면서 전세계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역대급 엘니뇨는 전세계 농업 생산에 악영향을 미쳐 식품 원자재 가격이 16%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인플레 중에서도 폭염에 의한 물가상승 즉 히트플레이션이 현실이 되고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기후예측센터(CPC)는 1950년 이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 태평양에서 발생할 확률이 81%에 달한다고 밝혔다. 엘니뇨가 내년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97%로 거의 확실시됐다고 덧붙였다.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하반기 엘니뇨 현상의 강도에 따라 전 세계 식품 원자재 가격이 최대 15.8%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엘니뇨는 태평양 중·동부 열대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으로 평균보다 섭씨 2도 상승하면 '슈퍼 엘니뇨', 2.5도 이상 상승하면 '고질라(Godzilla) 엘니뇨'로 불린다. 기록적인 폭염, 홍수, 폭풍우 등 이상 기후를 발생시켜 농업 생산량과 직결되는 기상이변이다.

◆ 인도 이미 설탕 수출 금지 조치...전세계 손실 약 513조원 예상

기상이변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 사례 /그래픽=이지혜
기상이변으로 인한 전 세계 피해 사례 /그래픽=이지혜

엘니뇨 현상은 이미 작물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인도에서 몬순(우기) 기간을 건조하게 만들어 일부 지역에서는 평년 강우량의 25%만 비가 내렸다. 평년의 약 50%의 강우만 내린 인도 중부 일부 지역에서는 밀, 쌀, 사탕수수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인도 정부는 설탕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지자 9월까지 설탕 수출을 금지했다.

전세계 농작물 생산지에서 작물별 파종·성장·수확기 차이에 따라 이번 엘니뇨의 여파는 2028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 농작물 운송에 사용되는 운하와 강물의 수위도 변수다. 이탈리아 은행 유니크레딧은 이로 인해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이 14.3%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3420억달러(약 513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발행한 경제 보고서에서 "연말 엘니뇨 현상의 강도 상승 우려로 코코아 가격이 상승했다"며 "극심한 기상 현상과 더불어 기후 위기가 더 광범위하게 전개되면서 식량 가격은 예상보다 더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ECB는 지난 2024년 121개국의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후위기로 인해 2035년 연간 식품 물가상승률과 전세계 물가상승률이 각각 3.2%포인트, 1.18%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가 이란 전쟁과 겹쳐 인플레이션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비자와 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져 임금 인상 요구를 부추기고 물가 전가 효과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농작물 공급망이 끊기면 통화정책만으로 공급 충격을 해소할 수 없어서 높은 금리 수준이 고착화될 우려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농부들이 이란 전쟁발 에너지 공급망 충격으로 산업용 비료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해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데 엘니뇨 현상이 겹치면 여파는 더 커질 것"이라며 "이미 많은 식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소비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찜통 된 유럽, 차갑게 식힐수록 '불티' 난다…냉각 테마 ETF도 '후끈'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행인들이 스프링클러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행인들이 스프링클러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로이터=뉴스1

유럽 등 전 세계를 덮친 폭염이 글로벌 소비와 투자 흐름까지 바꾸고 있다. 이에 관련 개별 종목은 물론, 냉방과 전력망 인프라를 테마로 한 ETF(상장지수펀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17일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GT) 등을 종합하면 유럽에서 중국산 에어컨은 물론 아이스크림·슬러시 기계와 반려동물용 냉방 제품까지 관련 소비자 제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닝보 세관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제조기업들이 올해 1~5월 선풍기·에어컨 등 냉방기기 수출액수는 82억90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특히 아이스크림 기계, 제빙기 등 냉장 장비 수출액은 13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역 제빙기 제조 기업은 같은 기간 유럽 수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하이얼그룹, 그리 일렉트릭 어플라이언스, 메이디그룹 등 3개 중국 기업이 유럽 에어컨 소매시장 32%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미쓰비시 등도 유럽 매출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폭염으로 중국 기업 점유율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최대 수혜기업으로 메이디그룹이 꼽힌다. 이 기업이 출시한 이동식 에어컨 '포타스플릿'은 올들어 지난달 29일까지 20만대 넘게 판매됐다. 독일 전자상거래에서 메이디그룹 에어컨 판매량은 1년 전보다 37% 늘었고, 스페인과 프랑스 수출량도 108% 증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품절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메이디는 까다로운 유럽 규제에 들어맞는 규격과 성능을 갖춘 걸로 평가된다. 13일 중국 심천거래소에서 메이디그룹 주가는 전일 대비 1.72% 상승한 80.35위안을 기록했다.

반려동물용 냉방 제품을 제조하는 윈펙스그룹은 젤이 들어간 쿨링 매트 같은 제품 매출이 1년 전보다 70% 이상 늘어 올해 1000만위안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중국 전자상거래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유럽뿐 아니라 북미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반려동물 냉각 제품 검색량이 전년 대비 15~20% 증가했다"고 전했다.

CNBC는 폭염 때문에 중국산 제품 수요가 전례없이 늘고 있어 유럽연합(EU)이 대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산업용 냉난방공조(HVAC) 기업들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미국 리서치 기업 울프리서치는 글로벌 기업 캐리어의 목표 주가를 76달러에서 8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유럽 폭염과 세계 기후변화로 인해 에어컨 보급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도 폭염이 화두다.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는 섭씨 18~35도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 폭염도 문제지만 데이터센터가 갈수록 거대해져 찬 공기로 열기를 식히는 공랭식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년 7월 오라클·구글의 영국 런던 데이터센터가 폭염으로 가동 중단된 사례가 있다. 이에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데이터센터 내 전자장비를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액침 냉각 기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HVAC과 데이터센터 냉각을 테마로 하는 ETF도 등장했다. '어드바이저셰어즈 HVAC 산업재 ETF'는 상업용 HVAC 기업인 △트레인 테크놀로지스 △컴포트 시스템즈 △데이터센터 냉각기술기업 버티브 △데이터센터 부지 조성 등으로 분야를 확장 중인 엔지니어링 기업 스털링 인프라스트럭처 등을 추종한다. 이 ETF 주가는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다 폭염이 본격화된 지난달 22일 52주 최고가(43.4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종가는 37.92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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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백소희 기자입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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