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 부실수사·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단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일선 수사팀에서 단순 살인죄를 적용했던 배경에 국수본 지휘가 있었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청 장윤기 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별수사단은 21일 오전 7시30분부터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단 관계자는 "사건 수사와 관련한 전반적인 보고·지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장윤기를 수사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전 형사과정 박모 경정 측이 국수본의 수사 지휘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직후 이뤄졌다.
박 경정 측은 전날 언론에 국수본이 광주경찰청을 통해 여러 차례 전화로 장윤기의 베트남 국적 여성 성범죄 사건과 여고생 살인 사건을 따로 수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지침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광산서 형사과가 두 사건을 한 번에 맡아 범행 동기와 사건 간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수사하겠다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당시 베트남 여성 성범죄 사건은 광산서 여성청소년과가 맡았고, 여고생 살인 사건과 베트남 여성에 대한 살인예비 사건은 형사과가 수사했다. 이후 광산서 형사과는 장윤기에게 강간목적살인이 아닌 단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동안 광산서 수사팀에서는 사건 처리 과정에 '윗선 지시'나 '윗선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여러 차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 윗선에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이 포함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윤기 수사에 참여한 일부 경찰관들도 광산서가 주요 수사 상황을 국수본에 보고하고 지침을 받아 사안별로 처리 방향을 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이 국수본을 곧바로 강제수사 대상에 올린 것은 자체 수사로 의혹의 진상을 규명해 경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이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을 동시에 수사하고 있다는 점도 경찰로서는 부담이다. 광주지검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장윤기 부친과 경찰 수사팀 간 유착 및 부실 수사 정황을 포착한 뒤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국수본에 대한 압수수색도 경찰 특수단과 검찰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경찰의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형사사법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인 점도 경찰의 신속한 대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입장에서는 내부 비위와 부실 수사 의혹을 스스로 규명해 자정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은 최근 수사부서 순환인사 확대와 민간 중심의 경찰 수사 감시기구 설치 등을 담은 내부 비리 근절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특수단은 지난 15일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산서 수사팀장 박모 경감을 증거은닉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한 뒤로 당시 지휘부 개입 여부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박 경정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경정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21일 광주지법에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