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수사' 주도권 다툼?… 검·경, 동시에 국수본 압수수색

양윤우 기자, 오문영 기자
2026.07.22 04:01

경찰 "윗선까지 성역없는 조사" 자정 능력 입증에 총력
검찰은 '수사 빈틈 찾기'… 조직 필요성 증명에 팔걷어
형사체계 개편 두달여 앞두고 '자존심 싸움' 격화 관측

21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뉴스1

'장윤기 사건' 수사를 고의로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를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수사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체계 개편을 2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엄정한 자체수사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경찰과 자신들의 실력과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는 검찰 사이의 자존심 싸움이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이날 오전 6시15분부터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를 공무상 비밀누설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장윤기 사건 특별수사단도 검찰과 별개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같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동안 광주광산경찰서 수사팀에서는 사건처리 과정에 '윗선 지시'나 '윗선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이 여러 차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그 윗선에 경찰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이 포함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윤기 사건 수사에 참여한 일부 경찰관도 광산서가 주요 수사상황을 국수본에 보고하고 지침을 받아 사안별로 처리방향을 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은 검찰이 한발 빨랐다. 검찰이 먼저 영장을 집행하면서 경찰 특별수사단은 한동안 집행상황을 지켜본 뒤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보전 등의 이유로 경찰의 동시접근이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압수대상은 대부분 전자정보여서 경찰도 검찰과 동일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날 검경의 동시 압수수색은 장윤기 사건 초기 수사를 맡은 박모 전 광산서 형사과장(경정)의 폭로로 이뤄졌다. 박 경정은 전날 국수본이 광주경찰청을 통해 "장윤기의 베트남 국적 여성 성범죄사건과 여고생 살인사건을 분리해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광산서 형사과가 두 사건을 한 번에 맡아 범행동기와 사건간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수사하겠다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일선 수사팀의 비위로 시작된 부실수사 의혹이 경찰 수사 컨트롤타워인 국수본의 개입 여부로 확대된 것이 경찰과 검찰이 주도권 경쟁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경찰이 수사 주도권을 원하는 이유는 수사기관으로서 신뢰가 걸렸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서만 국수본의 잘못이 드러난다면 경찰은 자기 조직의 비위조차 밝혀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경찰 특별수사단이 자신들을 편성한 국수본까지 압수수색한 것도 윗선을 성역 없이 조사해 자정능력을 보여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검찰은 장윤기 사건을 보완수사하는 과정에서 장윤기의 경찰관 아버지와 담당수사팀의 유착정황을 발견하고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이날 이뤄진 압수수색도 검찰이 시작한 수사를 국수본 지휘선까지 이어가 끝까지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는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특히 국수본이 수사대상이 된 이상 경찰 수사만으로는 객관적인 결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국수본 개입 의혹을 경찰이 수사하는 것은 '셀프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면 책임이 광산서나 광주청 선에서 정리될 수 있다는 우려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청이 오는 10월 사라지는 점도 검찰이 주도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장윤기 사건은 검찰이 경찰 수사의 빈틈을 찾아낸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경찰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로 본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검경의 주도권 경쟁은 12·3 비상계엄 수사 때도 벌어졌다. 당시 검찰과 경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피의자의 신병과 휴대폰, 관련자료를 놓고 경쟁했고 사건송치 문제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한 법조인은 "양측이 국수본의 개입 여부와 책임범위를 다르게 판단할 경우 큰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며 "형사체계 개편을 앞두고 비상계엄 수사 당시와 같은 검경간 주도권 다툼이 재연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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