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퇴 의지를 거듭 밝혔다. 검찰개혁의 큰 틀이 완성된 만큼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반발의 성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 준비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정 장관은 사퇴 의지를 드러내며 지난 수개월간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었고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거취 문제를 논의해 왔다고 했다. 정 장관은 특히 "검찰개혁의 95%는 달성됐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로운 제도에 맞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만큼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 장관은 또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해지기 전부터 퇴진을 생각했으며 정부가 내린 결론은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줄곧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그는 이날도 "어떠한 권력도 견제받지 않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경찰과 검찰, 중수청, 국가수사본부가 서로 견제되고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정 장관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정부·여당과 조직 사이에서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 장관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방향을 받아들이면서도 검찰의 의견을 듣고 제도 개편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를 조율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청을 폐지하더라도 정 장관은 합리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해 법무부와 검찰 구성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었다"며 "이만한 인물이 또 있을지 모르겠다. 조직과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후임자가 온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 장관이 형사사법 체계 개편에 따른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형사소송법을 크게 바꾼 뒤 발생할 부작용과 정치적 부담을 정 장관도 의식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이름을 이번 제도 개편에 올리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사퇴하면 구자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 역시 거취를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구 차장은 그간 검찰 구성원들로부터 보완수사권 존치와 경찰 수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하고 이 같은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같은 뜻을 함께 했던 정 장관이 물러난다면 구 대행 역시 조직을 대표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는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반면 구 대행이 끝까지 검찰에 남아 맡은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구 대행은 책임감이 강하고 대안도 없이 자리를 떠날 사람이 아니다"며 "최근까지도 공소청이 출범할 때까지 검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만약 정 장관과 구 대행이 함께 물러난다면 공소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가 동시에 리더십 공백을 맞게 된다. 이 경우 조직과 인력 배분을 둘러싼 법무부·행정안전부·검찰 간 협의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