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갔더니 "헬멧 벗고 인적사항 적어라"...부산 아파트 논란

이재윤 기자
2026.07.29 11:03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배달기사에게 헬멧을 벗고 인적사항을 적도록 요구해 논란이 제기됐다.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사진=뉴시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배달기사에게 헬멧을 벗고 인적사항을 작성하도록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부산에서 배달기사로 일하고 있는 A씨가 운영하는 개인 유튜브 채널 '해운대주민'에는 '배달기사의 인권이나 개인정보가 배달료 2200원보다 못한 건가'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2분24초 분량의 영상에는 A씨가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배달 과정 중 관리실 직원, 주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겼다.

영상에서 A씨는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해당 아파트를 찾았지만, 관리실 직원으로부터 헬멧을 벗고 인적사항을 작성해야 출입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A씨가 "왜 헬멧을 벗어야 하느냐. 그런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거부하자 관리실 직원은 "불편해도 다 그렇게 한다"며 헬멧을 벗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A씨는 "오랫동안 배달을 다녔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라며 "다른 아파트에서도 개인정보를 적거나 헬멧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입주민과 통화를 요청했지만 관리실 측은 직접 연락해야 한다는 취지로 안내했고 A씨는 주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주문자에게 "밑에서 인적사항을 적고 헬멧까지 벗으라고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고 하니 올라갈 수 없다고 한다. 음식을 1층에 놓고 가겠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주문자는 "원래 그런다. 다른 아파트도 그렇다"며 "배달료를 받지 않든지, 위로 올려주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왜 내려가서 받아야 하느냐"고 말했다.

A씨가 "개인정보를 왜 남겨야 하느냐"고 반문하자 주문자는 "그러면 신고하시라"는 취지로 답했다. 결국 A씨는 "저도 올라가려고 하는데 밑에서 막고 있다"며 "배달 플랫폼에 연락해 처리해달라"고 말한 뒤 음식을 1층에 두고 현장을 떠났다.

다음 날 배달 플랫폼 고객센터는 A씨에게 연락해 배달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을 확인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고, 고객센터 측은 "기사님의 상황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취지로 답하며 배달료를 차감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 배달기사로 일하고 있는 A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해운대주민'에 올린 영상. 이 영상에선 배달을 하기 위해선 개인정보를 제공해야한다고 요구해 거부했다는 내용이 다뤄졌다. /사진=유튜브 채널 '해운대주민' 화면 갈무리.

해당 영상에는 1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다수 누리꾼은 아파트 측의 출입 절차가 과도하다며 A씨의 대응을 지지했다.

한 누리꾼은 "무료 배달을 시켜놓고 배달료를 받지 말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배달기사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보는 것 같다", "이런 조건까지 포함된다면 배달료를 더 높여야 한다", "불합리한 요구에 잘 대응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배달기사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이 아파트에 갈 때마다 헬멧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출입 절차가 까다로운 아파트 주문은 아예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파트 보안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은 "입주민 안전을 위한 절차라면 따를 수 있다", "헬멧을 쓴 상태에서는 범죄 발생 시 신원 확인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개인정보 작성 요구와 관련해서는 수집 목적과 처리 방식 등을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개인정보를 요구하려면 어떤 목적으로 수집하고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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