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해요. 진짜 젤리 같이 생겼어요."
지난달 30일 서울동작청소년경찰학교에서 열린 '체험형 마약 예방교육' 현장에서 초등학교 5학년 오모군(11)은 '대마 초콜릿'부터 젤리·액상·버섯 모양 등 다양한 형태의 마약류 견본을 살펴보면서 연신 "신기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교육의 목적은 호기심 자극에 있지 않았다. 겉모습만으로 마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모르는 사람이 건넨 음식은 거절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기 위해서다. 주로 성범죄에 악용되는 이른바 '물뽕'(GHB·감마하이드록시낙산) 등 마약류의 위험성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이번 교육은 서울 동작경찰서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함께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진행했다.
두 기관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약예방교육에 나선건 마약류에 노출되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적발된 마약류 사범 8796명 가운데 15세 미만은 2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6명)보다 62.5% 늘어난 수치다. 2024년(7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체 마약류 사범은 큰 차이가 없었던 것과 달리 10대 청소년 비중은 늘고 있다.
15~19세 마약류 사범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청소년들이 SNS 등 온라인에서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게 된 데다 학업 스트레스와 우울·불안, 외모에 대한 강박 등이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난다.
마약류에 대한 심리적 경계가 낮아진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상에서 '마약 김밥'이나 '마약 떡볶이'처럼 맛의 중독성을 마약에 빗댄 표현이 친숙하게 사용되면서 마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영덕 한국마약회복협회장은 "식품에 마약 관련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전에는 길거리에서 '마약 떡볶이' 같은 간판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며 "지금 청소년들에게 마약 문제는 경각심이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마약 문제의 경우 단속이나 처벌 만큼 마약류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개인 일탈로 치부하거나 숨기기 보다는 어린 나이때부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경로와 도움 요청 방법 등을 반복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학생들은 '동료 압력', 즉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받는다"며 "호기심이 많은 어린 나이 때부터 예방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은영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인증 마약예방강사는 "청소년 마약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 현장에서의 대응이 중요한데, 정작 학교에는 마약류 관련 전문 상담사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상담이나 위험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뿐 아니라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 강사는 "최근에는 텔레그램 등 마약류를 구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다"며 "정작 자녀들이 어떤 식으로 접하는지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 대상 교육 기회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