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회장만 되면 178억 꿀꺽?…드라마 속 장충금, 현실은 달랐다

아파트 회장만 되면 178억 꿀꺽?…드라마 속 장충금, 현실은 달랐다

박효주 기자
2026.08.0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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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파트' 포스터 /사진=JTBC
드라마 '아파트' 포스터 /사진=JTBC

JTBC 드라마 '아파트'는 178억원 규모의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을 둘러싼 아파트 비리를 파헤치는 작품이다. 드라마상에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만 되면 장충금을 마음대로 빼낼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주인공은 회장이 되자마자 관리소장 직인을 확보해 장충금 통장을 들고 은행으로 향한다. 하지만 수백억에 달하는 돈은 이미 이전 회장과 관리 관계자가 빼돌렸다는 상황이 연출된다.

아파트 주요 시설 보수에 쓰기 위해 입주민들이 매달 적립하는 장충금. 과연 드라마처럼 입대의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이를 빼돌리는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178억원 쌓인 장충금?…대형 단지 대부분 수십억대

극 중에서는 9800세대 규모 아파트에 장충금이 약 178억원 쌓여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하지만 실제 대단지 아파트에서 이 같은 규모의 장충금 잔액을 찾기는 쉽지 않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인 올림픽파크 포레온(1만2032세대)의 장충금 잔액은 약 23억6186만원이다. 준공 3년 차 신축 단지로 아직 적립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드라마 속 178억원과는 큰 차이가 있다.

드라마 속 아파트(9800세대)와 규모가 가장 비슷한 헬리오시티(9510세대)의 장충금 잔액도 약 71억1703만원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단지라도 장충금 잔액은 수십억원 수준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는 장충금이 단순히 쌓아두기만 하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색, 방수, 승강기 교체, 배관 공사 등 공동주택 주요 시설 보수에 사용되면서 적립과 집행이 반복된다.

다만 일부 단지는 장충금이 100억원을 넘기도 한다. 장충금 규모는 단순히 세대 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준공 연도, 적립 기간, 향후 대규모 보수 계획 등에 따라 차이가 나서다.

드라마 아파트 설정과 실제 제도의 차이 /사진=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드라마 아파트 설정과 실제 제도의 차이 /사진=대한주택관리사협회

그렇다면 드라마처럼 입대의 회장이 관리소장 직인을 확보해 장충금을 인출하는 것은 가능할까.

장충금 계좌는 원칙적으로 관리사무소장이 관리한다. 계좌에는 관리사무소장 직인을 등록하며, 필요하면 입대의 회장 인감을 추가로 등록할 수 있다. 따라서 드라마처럼 관리소장 직인이 필요하다는 설정 자체는 현실을 일부 반영한 측면이 있다.

다만 직인을 확보했다고 곧바로 장충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충금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일반 관리비와 별도로 적립·관리되며,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사용계획서 작성과 입대의 의결 등 정해진 절차를 거쳐 집행된다.

적립액과 사용 내역은 K-apt에 공개되며 외부 회계감사와 지자체 감사 대상이 된다.

실제 횡령 사례는 있다…하지만 '공모·조작형'

그럼에도 이러한 제도가 모든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장충금 횡령 사례가 있다.

2018년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대의 회장이 장충금 계좌에서 69차례에 걸쳐 2억55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관리소장은 회장에게 통장과 도장을 넘겨줘 횡령을 도운 혐의가 인정됐다.

또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는 관리소장이 업무상 관리하던 입대의 명의 통장과 도장을 이용해 장충금 45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대부분 장충금 관련 비리는 관리 권한을 악용하거나 관련자들이 공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한 주택관리사는 "현재 장충금 관리 제도 자체는 상당히 촘촘하게 마련돼 있지만 관리사무소장과 입대의 등 관련자들이 함께 공모해 허위 서류를 만들거나 금액을 조작하는 상황까지는 제도로 완벽하게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횡령 사례는 공동주택 전체 관리 현황에서 보면 극히 일부"라며 "드라마 설정이 마치 모든 아파트의 장충금 관리가 허술한 것처럼 비치는 부분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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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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