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롤스로이스는 가격표가 없다"…오너들이 찾는 비밀 공간[3S 라운지M]

"2번째 롤스로이스는 가격표가 없다"…오너들이 찾는 비밀 공간[3S 라운지M]

임찬영 기자
2026.08.02 08: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②롤스로이스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

[편집자주]  기업의 브랜드 철학은 종종 제품·서비스가 아닌 '특별한 공간'에 더 진하게 스며들곤 한다.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들이 기업의 3S(Signature·Special·Secret) 현장을 찾아 그곳에 담긴 이야기(Story)를 들여다봤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롤스로이스모터카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 내부 모습/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롤스로이스모터카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 내부 모습/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를 한 번 소유한 사람은 다음에 어떤 차를 선택할까. 더 비싼 브랜드로 옮기기보다 자신만을 위한 롤스로이스를 만드는 것이 이들이 택하는 다음 단계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롤스로이스모터카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에는 전시 차량도 가격표도 없다. 고급 주택의 거실처럼 꾸며진 공간에 가죽과 목재, 수많은 색상 견본만 놓여 있다. 완성된 자동차를 판매하는 대신 고객이 어떤 차를 만들고 싶은지 듣는 곳이기 때문이다.

"놀라실 수 있겠지만 이곳에 오시는 고객들은 가격을 물어보지 않습니다."

최원근 롤스로이스 클라이언트 익스피리언스 매니저는 프라이빗 오피스를 찾는 고객들이 비용보다 원하는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상담 초기 예산과 기다릴 수 있는 기간을 묻지만 상당수는 예산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는다. 최종 가격도 차량의 디자인과 사양이 확정돼 생산에 들어갈 무렵 구체화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롤스로이스모터카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 내부 모습2/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롤스로이스모터카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 내부 모습2/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이곳의 고객은 대체로 처음 롤스로이스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 2대, 3대 이상을 소유한 뒤 기존 차량과는 완전히 다른 한 대를 원하는 오너들이 주로 찾는다. 딜러사가 과거 주문 차량과 옵션 구성, 비스포크에 대한 관심도를 살핀 뒤 프라이빗 오피스 방문을 제안한다.

최 매니저는 "처음에는 롤스로이스라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러 차례 경험한 고객은 더 높은 단계를 찾는다"며 "고객이 이곳에 오는 이유는 전시장에 원하는 것이 없어 없는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빗 오피스에서는 기존 선택지를 조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이 기억하는 특정 장소의 색상을 새로운 페인트로 개발하거나 여행 중 본 풍경을 목재 장식과 자수로 표현한다. 특정 날짜의 밤하늘을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에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프라이빗 오피스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프라이빗 오피스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가 공식적으로 보유한 페인트는 약 4만4000가지지만 이는 상징적인 숫자에 가깝다. 고객이 세상에 없던 색을 요구할 때마다 새로운 페인트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라데이션 하나를 구현하기 위해 차체 패널에 적용할 8개의 색상을 별도로 개발하기도 한다.

제작 기간은 일반적인 롤스로이스보다 훨씬 길다. 통상 주문부터 인도까지 약 6개월이 걸리지만 프라이빗 오피스 프로젝트는 1년 6개월에서 2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한 고객은 디자인 시안을 8차례가량 검토했고 이후에도 실제 페인트와 목재, 가죽으로 만든 샘플을 확인했다.

서울 오피스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는 불사조를 주제로 한 컬리넌도 있다. 외장을 투톤 또는 3톤으로 구성하고 기존에 없던 색상의 목재와 문양을 개발하는 작업으로 제작 기간만 2년을 넘겼다.

이곳에서는 전문 클라이언트 익스피어런스 매니저가 고객들을 맞춤 상담한다. (왼쪽부터)제임스 베이준 롤스로이스모터카 리져널 디자이너와 최원근 클라이언트 익스피리언스 매니저가 의논하고 있는 모습./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이곳에서는 전문 클라이언트 익스피어런스 매니저가 고객들을 맞춤 상담한다. (왼쪽부터)제임스 베이준 롤스로이스모터카 리져널 디자이너와 최원근 클라이언트 익스피리언스 매니저가 의논하고 있는 모습./사진= 롤스로이스 제공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이 연간 관리할 수 있는 규모는 약 25개 프로젝트다. 한 해 25대를 인도한다는 뜻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소수의 차량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차량이 완성된 뒤에도 관계는 이어진다. 고객과 식사하던 자리에서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되거나 첫 번째 차량을 제작하는 동안 또 다른 차량을 의뢰하는 사례도 있다.

프라이빗 오피스 서울은 영국 굿우드 본사를 제외하면 두바이와 상하이, 뉴욕에 이어 네 번째로 문을 열었다. 중국권을 제외하고 인도부터 뉴질랜드까지 아시아태평양 10개국의 약 20개 딜러사를 지원한다.

이곳에서 롤스로이스는 이동 수단보다 고객의 취향과 기억을 담는 작품에 가깝다. 첫 번째 롤스로이스가 부와 성공을 보여주는 차였다면 두 번째부터는 오너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차가 되는 셈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임찬영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산업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