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실종 신고가 아닐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지난 1월21일 오후 서울 도봉경찰서에 접수된 30대 배달라이더의 실종 신고. 지난달 31일 도봉서에서 만난 황봉필 강력팀장은 '두물머리 시신 유기'사건의 최초 실종 신고가 들어온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약 20년 전 마주했던 미제 살인사건에서 범인이 피해자 휴대전화로 가족과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 범행을 숨기려 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고자는 피해자 A씨(34)와 같은 업체에서 일하는 배달라이더였다. 그는 경찰에 "아는 동생이 일주일 동안 보이지 않는다"며 "평소 같이 일하는 배달라이더 친구에게 폭행도 당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A씨와 함께 살던 성모씨(35)를 폭행 혐의로 고발했다. 세간에 알려진 '두물머리 시신 유기' 사건이 처음 드러난 순간이었다.
즉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지 약 4시간 만인 같은 날 저녁 8시50분쯤 서울 노원구의 한 건물에서 배달 일을 하던 성씨를 긴급체포했다. 황 팀장은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회상했다.
황 팀장의 직감은 맞았다. 성씨는 지난 1월13일 동거하던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렌터카로 경기 양평군 용담대교까지 옮겨 남한강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과 지인에게 피해자인 것처럼 문자를 보내며 범행을 숨겼다. 어머니에게는 "친구와 해외에 나가 일하고 오려한다"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성씨가 해외 항공권을 구매하고, 월급을 미리 당겨 받거나 주변에서 돈을 빌리는 등 해외 도피를 준비한 정황도 확인했다.
황 팀장은 강력사건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의 중대성을 느껴 피의자 신병을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며 "이후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해외 도피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범인은 붙잡았지만 피해자는 돌아오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 민간 잠수부들은 1월말부터 남한강 일대를 수색했다. 약 6개월 동안 시신 수색 작업에 투입된 누적 인원 만 1800여명이다.
그동안 90차례가 넘는 수색 작업이 이뤄졌다. 많게는 하루 21명의 잠수부가 수색에 참여했다. 수색견과 수중드론까지 투입됐지만 얼어붙은 남한강과 깊은 수심, 낮은 수온에 늦어진 부패 등 때문에 수색은 난항을 겪었다.
황 팀장은 "피의자가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한 진술을 계속 바꿔 수사에 혼선을 유도했다"며 "도봉서 형사들이 대거 투입돼 CCTV 영상을 분석하고 목격자를 찾아 유기 장소를 특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달 1일 성씨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남한강에서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의 시신이 떠오른 지점은 경찰이 특정한 유기 장소 인근이었다. 유족들은 6개월 만에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피해자 A씨의 친형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수색 현장에서 고생하며 차가운 물속을 오가던 분들을 지켜봤다"며 "본인이 수색했던 장소가 아닌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다고 해서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신고 직후 피의자를 검거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해 유족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수색에 힘써준 소방과 경찰 동교들, 잠수부에게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 송치 이후에도 성씨에 대한 모든 재판에 참석해 유족 곁을 지켰다.
현재 두물머리 시신 유기 사건은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23일 1심에서 살인과 시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성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성씨는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