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법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몰고 올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법조계에서는 결국 헌법재판소라는 큰 문턱을 한 차례 더 넘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형소법 개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던 만큼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 등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헌재가 변화를 정면으로 막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3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형소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 등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현직 검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 관련 법안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도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헌재에서 최종적인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헌재가 형소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 때 있었던 일명 '검수완박' 관련 법안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역시 각하된 바 있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은 민주당의 일방 입법으로 검찰 기능이 제한돼 반헌법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다만 헌재는 헌법상 검사의 영장 신청권이 수사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논리적으로 아니라고 보고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번에는 검사의 수사권이 아예 없어지고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라서만 검사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되는 점이 차이점이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더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헌법재판관 9명 중 김상환 소장을 포함해 오영준·정계선·마은혁 재판관은 통상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정정미·김형두 재판관은 중도 성향, 정형식·조한창·김복형 재판관은 보수 성향으로 여겨진다. 진보 4·중도 2·보수 3 구성으로 진보 우위다. 오영준·김복형 재판관을 중도로, 정정미 재판관을 진보 성향으로 분류하더라도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보수 성향보다 더 많다. 다만 판결이 재판관 성향에 따라 기계적으로 갈리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 한 법조인은 "헌재는 국회가 새로이 제정한 법률의 효력을 멈추는 데 신중하다. 이번에도 판단을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통상 헌재 심리가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형소법 개정안이 이미 시행된 다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둘러싼 헌법소원이 아직 헌재 심리 중이지만, 관련 수사와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은 일반 국민들이 검사의 수사로 구제받을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 권한쟁의심판에 비해 위헌 결정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 변호사는 "일반 국민들이 헌법소원을 내면 헌재가 기본권 침해 부분을 더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