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찰 비위 근절 대책으로 추진하는 순환인사제 확대를 둘러싼 현장 경찰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찰관들은 일률적인 순환인사가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2차 삭발 투쟁에 나섰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는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강제순환인사 반대 등 경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투쟁위) 2차 대회'를 열고 순환인사제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찰관 등 직협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는 잠재적 범죄자가 아닙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만적인 감찰 증원, 강제순환인사 결사 반대" 등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전면적이고 일률적인 강제순환인사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며 "계급과 역할에 대한 고려 없는 일괄 적용은 비위 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경찰관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업무 연속성을 단절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을 저지른 개인과 조직의 구조적 문제점은 철저히 파헤쳐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경감 이하 계급까지 강제순환인사를 적용하는 건 전체를 잠재적 비위 위험군으로 취급하는 연좌제성 징벌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관 10명은 '강제 순환인사 반대'라고 적힌 가운을 입고 삭발에 나섰다. 삭발을 마친 나은호 투쟁위 부위원장은 "현재 경북 영천경찰서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고령의 치매 할머니 세 분을 도와드리고 있다"며 "저희는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어 "정년까지 5년 남았는데, 퇴직때까지 사회적 약자인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도록 강제순환인사제를 전면 철회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장윤기 사건' 등 잇따른 경찰 비위 논란을 계기로 순환인사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총경과 경정급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순환인사 대상을 경감급까지 넓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감찰 인력 증원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장 경찰관들은 반발하고 있다. 투쟁위는 지난 3일 1차 삭발 투쟁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5일 경찰청 관계자들과 면담도 진행했다.
당시 경찰청 지휘부는 "순환인사는 2027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현재까지 대상과 범위, 방식 등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도 '장윤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쇄신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투쟁위는 순환인사 확대 방안 등을 놓고 경찰청과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매주 한 차례 삭발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