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조 '유령주식 배당사고' 삼성증권, 국민연금에 18억 배상 확정

양윤우 기자
2026.08.12 10:50

(상보)"직원실수도 사용자책임…배상비율은 달라지지 않아"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내 국기게양대에 태극기와 법원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삼성증권 직원의 전산 입력 실수로 실제 발행되지 않은 112조원어치 주식이 직원 계좌에 들어가고 일부가 실제 시장에서 팔려 주가가 급락한 '유령주식 배당사고'로 삼성증권이 국민연금공단에 약 18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직원 실수도 삼성증권이 책임져야 한다고 봤으나 배상 책임 비율은 바뀌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2일 국민연금이 삼성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삼성증권이 국민연금에 약 18억6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일명 '유령주식 배당 사고'로 불리는 이 사건은 2018년 4월6일 삼성증권 직원이 주당 현금 1000원인 우리사주 배당 내용을 주당 주식 1000주로 잘못 입력하면서 시작됐다.

이 실수로 우리사주 조합원 2018명의 계좌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삼성증권 주식 28억1295만6000주가 전산상 입고됐다. 삼성증권 발행주식 8900만주의 30배가 넘었고 당시 주가로 약 112조원 상당이었다.

잘못 들어온 주식은 실제 팔리기도 했다. 직원 16명이 약 501만2000주를 실제로 거래하면서 삼성증권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장중 11.68% 급락했다.

당시 삼성증권의 주요 주주였던 국민연금은 사고 이후 보유 주식을 정상 가격보다 싸게 팔아 손해를 봤다며 2019년 6월 약 299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2024년 회사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1심은 "삼성증권은 배당의 과·오지급 등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배당 업무의 절차, 요건 등에 관한 내부적 처리 기준이나 방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에도 처리 기준이나 방침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증권의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손해액의 50% 수준에 해당하는 1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삼성증권의 사용자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용자책임은 직원이 업무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회사도 함께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1심은 "배당직원들의 의도하지 않은 오류나 피고 매도직원들의 개인적인 부정으로 발생한 것으로 원고의 손해를 모두 피고 회사가 책임지게 하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사고는 직원의 전산 입력 실수와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부실로 시작됐지만, 잘못 들어온 주식을 고의로 매도한 직원들의 범죄 행위도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회사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연금공단과 삼성증권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은 지난 1월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삼성증권이 배당 업무를 담당한 직원들의 실수에 대해 사용자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주식이 전산상 입고될 경우 직원들이 매도주문을 제출하고 그에 따른 매도계약이 체결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며 "배당업무 담당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사용자책임을 추가로 인정하더라도 삼성증권이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와 책임 비율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용자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추가로 인정되더라도 원심이 인정한 손해배상 범위, 책임제한 여부나 그 비율이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증권의 법적 책임 근거가 하나 더 인정됐을 뿐 최종 배상액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한편 유령 주식을 팔아치운 삼성증권의 전·현직 직원들은 2022년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과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배임 혐의로 기소된 전 삼성증권 과장 구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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