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탕 팔아보고, 안 되면 접어야죠"...마지막 복날, 보신탕 골목 풍경은

박진호 기자, 여승헌 기자, 신홍규 기자
2026.08.14 16:11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 골목길 모습. /사진=여승헌 기자.

"업종을 바꿔서 영업하다가 안 되면 말아야겠죠."

말복인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보신탕 골목'으로도 불리는 이곳의 한 보신탕집에서 40년째 근무하고 있는 박창종씨(64)는 "올해까지만 보신탕을 팔기로 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가 일하는 보신탕집은 3대째 영업을 이어온 곳이지만 오는 12월까지만 보신탕을 판매하고 내년부터는 염소탕으로 업종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지금도 흑염소탕을 함께 팔며 업종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곳 시장 골목에서 보신탕을 판매하고 있는 식당은 두 곳에 불과했다. 한때 보신탕을 내걸었던 식당 상당수는 이미 흑염소탕 등으로 업종을 바꾼 상태였다. 2024년 2월 제정된 이른바 '개 식용 종식법'의 전면 시행이 약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내년 2월7일부터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도살하거나 개고기를 유통·판매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개 사육 농가와 보신탕 업주들에게는 이날이 합법적으로 개고기를 판매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복날'인 셈이다.

마지막 말복을 맞은 이날 보신탕집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50여개 좌석이 마련된 한 식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들어찼다. 대부분은 노년층이었다.

매년 복날이면 보신탕을 먹는다는 60대 조삼현씨는 "기력 보충에 좋아서 몸이 안 좋을 때 자주 왔다"며 "이제 보신탕집이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고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에서 만난 이종영씨(67)는 "이제 먹지 못한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에 요즘 더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개고기 식문화가 이미 쇠퇴하고 있는 만큼 법으로 판매를 금지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 구리에서 신진시장을 찾은 황종훈씨(69)는 "일부러 보신탕을 먹으려고 이곳까지 왔다"며 "우리처럼 나이 든 사람들이 더 이상 먹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식문화인데 굳이 법으로 막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의 한 보신탕집 내부 모습. 점심 식사 시간이 되자 테이블 15개와 50여개의 좌석이 가득 찼다. /사진=여승헌 기자.

업주와 종업원들도 보신탕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점은 체감하고 있었다. 한 보신탕집 근무 여성 직원 A씨는 "예전에는 대기 번호를 50번까지 뽑아 손님들이 기다렸다"며 "요즘은 개고기를 먹는다고 하면 주변 시선도 신경 쓰이고, 영업하지 않는 줄 아는 사람도 많아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 직원 신모씨는 "어쩔 수 없이 시대에 맞춰서 가는 것 같다"며 "흑염소 식당으로 브랜딩을 바꾸려고 한다"고 했다.

개고기 소비 감소와 법 시행을 앞두고 식용견 사육 농장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식용견 사육 농가는 2024년 말 1537곳에서 지난해 말 333곳으로 줄었다. 사육견수는 2024년말 46만6000마리에서 올해 기준 약 3만마리까지 감소했다.

이제 보신탕 업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폐업이나 업종 전환뿐이다. 하지만 메뉴를 바꿀 경우 오랜 시간 식당을 찾아오던 단골들이 찾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업종 전환도 쉽지 않다는 게 업주들의 고민이다.

서울 중구 중앙시장에서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4000만원 정도 줄어 올해는 소득세를 하나도 안 냈다"며 "다른 업자들도 매출이 안 오르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종로구의 한 유명 보신탕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복날을 맞아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지만 법 시행 이후의 상황은 예측할 수가 없다며 우려했다.

30년 넘게 형과 가게를 운영해온 장모씨는 "복날이라 염소보다는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고 일본에서 찾아온 손님도 있었다"면서도 "보신탕 판매가 금지되면 지금의 식당이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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