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적체 경찰에 '새 선택지' 된 중수청…베테랑 수사인력 이탈 우려

오문영 기자
2026.08.16 06:01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2026.4.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도 이직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승진 적체와 계급 정년으로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경찰관들에게 중수청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검찰 인력의 중수청 지원이 저조할 경우 경찰의 숙련 수사관들이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중수청 정원을 총 2874명으로 확정하고 인력 모집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관은 2567명으로 전체의 89.3%다. 검찰청 소속 검사와 수사관은 희망하면 내년 4월30일까지 별도 시험 없이 중수청으로 옮길 수 있다. 준비단은 이후 부족한 인원을 외부 경력 채용으로 충원할 방침이다.

"중수청 가볼까"…득실 따져보는 경찰들

경찰 내부에서는 계급과 경력, 자격 등에 따라 중수청행의 득실을 따져보는 분위기다. 한 경정급 경찰관은 "새 조직으로 간다는 부담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관심 자체는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했을 때 자리를 옮겼던 경찰관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승진한 전례도 있다"고 했다.

승진 경쟁과 계급정년에 부담을 느끼는 경정급에게는 중수청이 수사 경력을 이어갈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행 경찰공무원법상 경정은 해당 계급에서 14년 이내에 총경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한다. 반면 중수청 수사관은 계급정년이 없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경위급에서는 중수청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 자체가 승진 효과를 낼 수 있다. 임용령안에 따르면 관련 경력을 갖춘 경위와 경감은 중수청 6급 수사관 경력경쟁채용에 응시할 수 있다. 경찰에서는 경위와 경감을 각각 일반직 6급(을)과 6급(갑) 상당으로 구분한다. 경위가 중수청 6급 수사관으로 옮기면 사실상 한 단계 올라서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변호사 자격 보유자에게는 더 높은 직급에 도전할 길도 열려 있다. 특히 경정급 사이에서는 4급 수사관 자리가 얼마나 나올지에 관심이 모인다. 중수청 4급에는 법조경력 10년 미만의 평검사가 임용되는데 검사는 통상 임관 때부터 3급 상당의 대우를 받는다. 직급을 낮춰 중수청으로 옮기려는 평검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4급 자리 상당수가 외부 경력채용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한 경찰관은 "경찰 내 변호사들 사이에서 중수청 채용에 관심이 큰 편"이라며 "경감급에서는 5급 수사관으로의 승진을 노려볼 수 있고 경정급에서는 4급 자리가 어디 지역에서 어느 규모로 나올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일선에서는 크고 작은 여러 사건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반면 중수청에서는 굵직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이직을 고민하는 요인이다. 중수청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중대범죄를 전담한다. 경찰과 같은 사건을 수사할 경우 사건을 이첩하거나 이첩받을 수 있는 우선권도 갖는다.

수사인력 한 명 아쉬운데…경찰, 대책 고심

중수청에 대한 관심이 실제 이직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검사와 검찰수사관이 주축이 될 조직에서 경찰 출신이 입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어 중수청행을 선뜻 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외부 경력채용 규모가 확대되면 경찰 수사 인력의 이탈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도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수사 인력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최근 기동대 감축 등을 통해 수사 인력 881명을 확보하기로 한 데 이어 추가 보강도 추진 중이다.

다만 중수청의 직급과 처우가 경찰보다 유리하게 설계될 경우 이직 수요를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부서 근무 여건을 지속 개선하고 있고 특진 기회도 확대하고 있지만 조직 구조상 파격적 보상은 어려운 면이 있다"며 "비수사부서와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계기로 경찰과 중수청, 공소청을 아우르는 수사 인력 재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형사사법체계 자체가 바뀌는 시점인 만큼 경찰 내부에서 수사 인력을 조정하고 붙잡는 방식만으로 대응해서는 한계가 있다"며 "중수청 출범 이후 공소청에 남는 검찰수사관 인력까지 포함해 수사 인력 배치를 정부 차원에서 다시 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검찰수사관이 약 7000명인데 중수청으로 이동할 인원을 제외하면 공소청에 5000명 안팎이 남을 것"이라며 "공소 유지에 이 정도 인력이 모두 필요한지 따져보고 상당수를 경찰 수사 인력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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