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조사 기한 만료를 약 한 달 앞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특별검사(특검) 도입 등 실질적인 진상규명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1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를 배제하는 진상규명을 멈추고 지체 없이 특검을 도입하라"고 밝혔다.
특조위는 현재 316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조사 기한은 다음달 16일 만료된다. 유가족들은 특조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거나 특검을 도입하는 등 실질적인 진상규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조위는 2024년 5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같은 해 9월 출범했다. 하지만 실제 진상규명 조사는 지난해 6월에야 시작됐다.
조사 개시 이후 실제 진상규명 결정이 내려진 사건은 1건에 그쳤다. 유가족들은 특조위가 참사의 구조적 원인과 국가기관의 책임을 밝히기보다 개별 희생자·피해자 조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비판했다.
유가족들은 "특조위가 지난 1년3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했지만 의결한 것은 구조에 참여했다가 지난 4월 숨진 이태원 상인을 160번째 희생자로 인정한 단 1건"이라며 "참사 원인과 책임을 밝힌 결정은 1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별법은 피해자가 진상조사 과정에 참여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회의록 등 조사 자료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조사국과 소위원회에서 어떤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며 "올해 열린 유가족 간담회마저 두 차례에 그쳤다"고 말했다.
특조위원장 사퇴와 진상규명조사국장 해임 등이 잇따르면서 조사 결과 발표가 지연된 점도 지적했다. 유가족 일부는 송두환 특조위원장과 박진 사무처장, 한상미 진상규명조사국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유가족들은 "특조위는 내부 분란을 거듭하고 유가족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개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며 "위원장 사퇴까지 이어졌음에도 단순 활동 기한 연장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조위에는 강제수사권이 없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았다. 당초 특별법 입법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과 불송치·수사중지 사건 자료 제출 요구권 등이 논의됐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유가족들은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수사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들은 "현재 특조위에는 강제수사권이 없고 지난해 검경 합동수사팀이 만들어졌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그 존립 근거마저 불투명해진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에 특검 도입을 포함해 실질적인 진상규명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는 특조위 활동기간을 1년 연장하는 내용의 '이태원 참사 특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