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자로 추천된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건 것에 대해 여권에서 "사퇴를 요구한 것이냐"고 주장하자 "의견을 물은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노 처장은 1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후보 중 한 명에게 전화해 사퇴하라 요구한 적이 있었느냐" 묻자 "전화를 한 적은 있으나 사퇴하라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동의 없이 혼자 한 것이냐. (그렇다면) 직권남용이다"라고 말하자 "의견을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장이 독단적으로 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자 노 처장은 "경위와 내용을 알고 말하는 거냐"고 맞섰다.
노 처장은 "그동안 계속 국회·정치권·언론에서 후임 대법관을 임명 제청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며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경색된 상황에서 이를 풀기 위해 기존에 추천된 것을 무효화하고 새로 추천인을 꾸리면 어떻겠냐는 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법관 퇴임 이후 후임 대법관 제청을 두고 대통령실과 대법원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대법원이 후보자를 새롭게 구성해 대통령실과 재차 협의하려 한 것이란 취지다.
그러면서 "그 (방안의) 전제 조건이 후보들 모두 동의하는 것이고, 한 분 이라도 반대하면 이뤄지지 않는다"며 "그래서 각 후보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유롭게 이야기해달라고 했고 일부는 동의했고 일부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새로 추천한다는 게 가능하냐"고 묻자 노 처장은 "모두 동의하면 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법사위원장)이 "모두가 동의 안 하면 할 수 없지만 사퇴하면 어떻냐고 하는 거냐"고 하자 노 처장은 "그런 말 안 했다"고 재차 부인했다. 이 같은 노 처장의 발언에 대해 '사퇴를 종용했다' '직권남용이다' 등의 지적이 계속 나왔다.
대법관 후보는 법원조직법 제41조의2에 따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쳐 정해진다. 추천위는 대국민 천거를 받아 심사에 동의한 후보들을 먼저 심사한다. 이후 3배수 이상을 선정해 대법원장에게 추천한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 7항은 '대법원장이 후보를 제청할 때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한다'고 규정한다.
노 전 대법관의 후임 후보 4명은 지난 1월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55·26기), 박순영(59·25기) 서울고법 고법판사, 손봉기(60·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57·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선정됐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후보 4명 중 손 부장판사를 임명해달라고 서면으로 제청했다.
노 처장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과 협의해 대면해서 제청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제청한 데 대해 관례가 깨졌다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에 "과거 그렇게 해 왔다"며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협의는 계속해서 해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손 부장판사를 제청하겠다고 (대통령실에) 말씀했다.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봤고 협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있었다"고 강조했다.
헌법 104조2항에 따라 대법관 제청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있으나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사전 협의를 거쳐 대면 형식으로 제청하는 것이 오랜 관례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극심한 인사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법원과 청와대는 그동안 노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두고 견해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