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수면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해외에서 대량으로 밀반입해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에토미데이트가 올해 2월 마약류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경찰이 집중 단속에 나선 결과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20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에토미데이트 밀수·유통 일당과 판매책, 투약자 등 32명을 입건하고 이 중 1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 2㎏과 소분용 빈 카트리지 1400개를 압수하고 범죄수익 1억2000만원을 환수했다. 압수한 에토미데이트는 시가 12억원 상당으로, 전자담배 카트리지 약 2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밀수를 주도한 해외총책 1명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려 추적하고 있다. 다른 해외총책 1명에 대해서도 신원 확인과 검거를 위한 국제공조수사를 진행 중이다.
일당은 에토미데이트를 화장품 용기와 섬유유연제 팩, 식료품 상자 등에 숨겨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국내로 밀반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어컨 설치기사 A씨(31)는 해외 마약상인 친척 동생의 제안을 받고 지인을 운반책으로 섭외했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에토미데이트 1㎏을 화장품 용기에 숨겨 인천공항으로 밀수했다. 타투이스트인 40대 B씨도 태국인 여자친구와 택배기사인 후배를 끌어들여 에토미데이트 500㎖를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베트남 국적의 전직 선원 C씨(20대)는 지난 3월 해외 마약상의 지시를 받아 범행 사실을 모르는 보따리상을 통해 식료품 상자에 숨겨 밀반입된 에토미데이트 1㎏을 넘겨받았다. 이후 이를 전자담배 카트리지에 1~1.25㎖씩 나눠 담아 대구와 경북 경산 등지에서 유통업자 D씨 등에게 이른바 '던지기' 방식으로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와 B씨, C씨는 모두 마약 전력이 없었다. 돈을 벌 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에토미데이트를 전자담배 카트리지 형태로 유통하는 새로운 수법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주사제 앰플 형태로 불법 유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자담배 형태는 일반인이 마약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길거리나 유흥업소 등에서도 주변의 의심을 피하면서 흡입하기 쉬워 확산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신종 대체 약물이 섞여 유통된 사례도 확인됐다. 경찰이 한 유통책에게서 압수한 에토미데이트를 감정한 결과 비마약성 동물용 마취제인 메데토미딘 성분이 검출됐다. 메데토미딘은 인체에 투여할 경우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에토미데이트와 함께 사용하면 위험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남용할 경우 급격한 혈압 저하와 심박수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경찰은 2024년 7월 에토미데이트를 불법 투약한 의료기관을 적발한 뒤 관계 당국에 마약류 지정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이후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면서 지난 2월13일부터 관련 규정이 시행됐다.
다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에토미데이트의 수출입·제조 행위는 가중처벌할 수 있지만 국내 대규모 유통에 대해서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경찰은 가중처벌의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법무부에 관련 규정의 입법 개선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세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액상형 신종 마약류의 밀수부터 국내 유통까지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