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주씨(가명·29)는 지난해 중소 광고대행사를 그만뒀다. 약 3년간 밤샘 근무가 기본으로 이어졌지만 포괄임금제가 적용됐다. 복지라고 해봐야 생일 휴가와 월 자기 계발비 5만원이 전부인 탓에 이직을 결심했다.
#.디자이너 이경민씨(가명·30)도 최근 1년 사이 외국계 테크기업 두 곳을 거쳤다.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 때문에 상사의 폭언도 참았지만 부당한 업무 지시까지 반복되자 퇴사했다.
2030 청년층이 △낮은 급여 △부족한 복지 △경직된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중소·중견기업을 떠나고 있다. 경력을 쌓기 위한 '이직 사다리'로 활용할 수 있지만 장기간 머물기엔 근무 여건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청년들 사이에서는 직장 규모가 대출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엿보였다. 일각에선 이런 이유로 많은 청년들이 이직과 구직을 반복하며 결국 '쉬었음'(올해 1~7월 68만명)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대기업으로 28.7%를 차지했다. 중소기업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2030 젊은층에게 중소·중견기업은 후순위다.
낮은 급여는 1순위로 꼽힌다. 장씨는 "일하는 시간과 강도는 대기업 못지않은데 신입 초봉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며 "더 큰 회사로 옮기면서 만족도를 높이고 스펙을 쌓아 대기업으로 가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이름값이 있으면 집을 구할 때 대출을 더 잘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대학교 4학년 한모씨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이야기를 들으면 대기업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취업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경직된 조직문화도 청년들의 퇴사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일부 지방 중견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상대로 한 텃세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씨는 "첫 회사 대표는 본인의 정치 성향과 맞지 않는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훈계를 일삼았다"며 "그다음 회사에서는 직원에게 'XX 같이 징징대지 말라'고 말하고 다른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해고를 통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소·중견기업도 임금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근무환경을 개선해 청년이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모 세대부터 이어져 온 '첫 직장은 대기업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이나 선진 기업 사례를 연구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어차피 들어와서 얼마 안 있다 나갈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홀대하고 유연한 직장 문화를 만들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부모 세대의 경험에서 비롯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개별 기업이 여건상 유인책 마련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