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신고해" 미성년자 보낸 경쟁 식당 사장…문닫은 거 보며 '씨익'

전형주 기자
2026.09.04 08:20
경쟁 식당에 미성년자들을 보내 술을 마시게 하는 방식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사진은 경쟁 식당에 붙은 휴업 안내문을 한동안 바라보다 웃으며 돌아가는 피의자 모습. /사진=JTBC '사건반장'

경쟁 식당에 미성년자들을 보내 술을 마시게 하는 방식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한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4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청소년보호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대전의 한 이자카야 업주 A씨 등 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1월17일 미성년자 2명에게 각각 50만원을 주기로 하고 인근 횟집에서 술을 마신 뒤 경찰에 신고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당시 이른바 '대포폰'을 이용해 미성년자들과 연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업주 B씨는 이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했다가 영업정지 3일 처분을 받았다. B씨는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은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두 사람이 미성년자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B씨에 따르면 두 사람은 외관상 20대 후반으로 보였고, 가게에 들어오기 전 담배까지 피웠다. 이들은 구석이 아닌 가게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자연스럽게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B씨는 이들이 성인처럼 보여 속았다는 점을 소명했지만 신분증 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은 피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12월15일부터 17일까지 가게 문을 닫고 '방수 작업으로 임시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B씨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다가 수상한 장면도 발견했다. 영상에는 A씨가 B씨 가게에 붙은 휴업 안내문을 한동안 바라보다 웃으며 돌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다음 날에는 이자카야 측 입간판을 문을 닫은 B씨 가게 앞에 세워놓기도 했다./사진=JTBC '사건반장'

사건의 전말은 휴업 첫날 드러났다. A씨의 이자카야에서 일하다 그만둔 직원이 B씨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를 준 일이 있어 모두 말하려 한다"며 미성년자들을 보낸 사람이 A씨라고 폭로했다.

이 직원은 "A씨가 주변에서 미성년자 두 명을 구해 오면 두 시간만 일하고도 한 사람당 5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며 "두 식당이 모두 회와 해산물을 팔아 경쟁심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수소문 끝에 당시 자신의 가게에서 술을 마신 미성년자 중 한 명과도 통화했다. 이 미성년자는 "한 사람당 50만원을 준다는 말을 듣고 친구와 함께 일을 맡았다"며 "가게에서 술을 마신 뒤 알아서 신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B씨가 확보한 통화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던 20세 아르바이트생에게 "돈을 많이 주는 일이 있는데 아는 후배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르바이트생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평소 알고 지내던 미성년자에게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을 받아들인 미성년자 두 명은 B씨의 횟집에서 술을 마신 뒤 한 명이 직접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다음 날 A씨 측이 알려준 장소에서 각각 50만원씩 총 100만원을 받아갔다고 한다.

B씨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다가 수상한 장면도 발견했다. 영상에는 A씨가 B씨 가게에 붙은 휴업 안내문을 한동안 바라보다 웃으며 돌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다음 날에는 이자카야 측 입간판을 문을 닫은 B씨 가게 앞에 세워놓기도 했다.

B씨는 전직 직원과 미성년자들을 소개한 아르바이트생, 술을 마신 미성년자 중 한 명과 통화한 뒤 A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씨 등에게 청소년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업무방해 혐의는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에 출연한 변호사는 "미성년자들이 나이를 속이는 등 적극적으로 기망하지 않았고, 식당 업주에게도 손님의 신분증을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B씨는 "애초 목적이 영업을 방해하는 것이었는데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다른 혐의로라도 처벌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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