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국인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외국인정책위원회가 지난 5년간 대면회의를 단 한 차례만 연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다섯 차례 서면회의는 기본·시행계획을 문서로 심의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의 입국부터 교육·취업·정착까지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상시 조정하고 결과를 점검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정책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2022년 3월 제26차 회의부터 지난 2월 제31차 회의까지 총 6차례 회의를 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0차 회의만 대면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5차례는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문서로 안건을 심의하는 서면회의였다. 안건은 외국인정책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 과거 시행계획의 추진실적 및 평가 결과였다.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반면 유일한 대면회의였던 제30차 회의에는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등 13개 부처가 참석했다. 대면회의에선 비자제도 개선과 사회통합교육, 외국인 요양보호사 도입 등 여러 부처의 협의가 필요한 정책 현안이 논의됐다.
외국인 정책에는 여러 부처가 관여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외국인 한 명이 한국에 들어와 정착하는 과정만 봐도 비자와 체류는 법무부, 대학과 유학생 정책은 교육부, 취업과 노동시장은 노부, 산업별 인력 수요는 산업부, 지역 정착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계절근로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관광객은 문화체육관광부와도 관련된다.
각 부처의 목표도 다르다. 교육부와 대학은 유학생 유치에 무게를 두지만 노동부는 내국인 일자리와 임금에 미칠 영향을 우선 살핀다. 산업부와 기업은 필요한 인력 공급을 요구하고 지자체는 외국인이 지역에 정착해 인구와 소비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정부가 정책을 연결하지 못하면서 엇박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 유학·연수 외국인은 30만명을 넘어섰지만 졸업 후 국내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제조업체 등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해외에서 새로운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학업을 마친 유학생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출국하는 사례가 있는 한편, 인력난을 겪는 기업은 해외에서 새로운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오고 있다"며 "두 집단이 모두 같은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공과 기술이 기업 수요에 맞는 유학생을 선별해 인력난 기업과 연결하는 체계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를 차관급으로 높여 인력과 권한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입국 본부는 현재 체계로 승격된 뒤 20년 동안 인력과 조직 규모가 사실상 제자리여서 급증하는 외국인 관련 업무에 대응하고 여러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현재 국회에는 본부를 차관급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법무부는 이를 통해 범정부 차원의 중장기 이민정책을 체계적으로 세우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가 상시 실무 조정을 맡고 국가에 필요한 외국 인력을 누구로, 얼마나, 어느 지역에 받아들일지 주요 쟁점을 해결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300만명에 육박, 인천광역시의 인구 규모로 커졌지만 청와대에는 이민정책을 전담하는 비서관이 없다.
조영관 변호사 및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은 "이민정책은 입국·교육·고용·정착 업무가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어 정책을 상시 연결하고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 등 기존 회의체만으로는 부처별 정책을 일상적으로 조율하기 어려운 만큼 청와대 수석실이나 전담 비서관이 국가 차원의 방향을 정하고 주요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