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00만, 준비됐나
국내 체류외국인이 곧 3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구 20명 중 1명 꼴이다. 사회 곳곳에서 외국인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을 함께 사는 '이웃'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외국인 100만명 시절의 입국심사, 단속 중심 구조의 행정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봤다.
국내 체류외국인이 곧 3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인구 20명 중 1명 꼴이다. 사회 곳곳에서 외국인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을 함께 사는 '이웃'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외국인 100만명 시절의 입국심사, 단속 중심 구조의 행정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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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천광역시 인구와 맞먹는 수치로 전체 인구 대비 5. 7%다. 외국인 10명 중 8명은 인구소멸지역의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이거나 유학생 등 장기 체류자다. 이들이 국내 산업과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무시할 수 없게 커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통합을 꾀하는 이민정책이 필요한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난 7월말 기준 290만3463명으로 집계됐다. 2007년 106만6273명 대비 172. 3% 증가했다. 전체 인구 대비 비율도 같은 기간 2. 2%에서 5. 7%로 높아졌다. 국내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천시의 주민등록인구 약 306만명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 체류 외국인 대부분은 일정한 체류 자격을 갖추고 국내에 생활 기반을 둔 장기체류 외국인이다. 등록외국인은 164만4461명, 국내 거소를 신고한 외국국적동포는 60만2252명으로 집계됐다. 두 분류를 합한 장기체류 외국인은 224만6713명으로 전체의 77.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1층 민원실에는 방문예약제를 도입했음에도 외국인등록과 체류기간 연장, 체류자격 변경 등을 신청하려는 민원인 수십명이 차례를 기다렸다. 한 예약민원 창구에는 먼저 접수한 서류뭉치가 직원의 머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직원들은 야근이 일쑤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민원을 접수한 뒤 서류 심사를 시작한다"며 "허가 여부를 결정하려면 꼼꼼한 확인이 필요해 정규 업무시간 안에 끝내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체류외국인은 약 42% 늘었지만 같은 기간 지방 출입국 사무소 정원은 약 4%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 예약은 최장 77일까지 밀렸고 기존 민원 처리도 벅차 새로운 비자와 정착·사회통합정책을 집행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머니투데이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체류외국인은 2021년 195만6781명에서 지난해 278만3247명으로 82만6466명(42. 2%) 증가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에 육박하면서 국내 산업과 지역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관점에서 관련 정책을 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의 비자·고용·안전·정착을 제때 관리하지 못하면 각종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5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을 주로 필요로 하는 곳은 △일손이 부족한 국내 기업과 농어가 △학생 충원이 필요한 지방대 △인구 감소에 직면한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국내 산업과 지역사회가 부족한 노동력과 학생을 외국인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외국인에 대한 체류·교육 행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는 이들을 고용한 국내 기업에 돌아간다. 법무부 관계자는 "체류기간 연장이나 취업비자 전환이 늦어지면 기업의 인력 운용에도 차질이 생긴다"며 "숙련된 근로자가 체류자격 문제로 출국하면 기업은 새 인력을 뽑아 처음부터 다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장 관리도 필요하다. 임금체불과 열악한 숙소 등의 문제가 방치되면 근로자가 사업장을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정부의 외국인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외국인정책위원회가 지난 5년간 대면회의를 단 한 차례만 연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다섯 차례 서면회의는 기본·시행계획을 문서로 심의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의 입국부터 교육·취업·정착까지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정책을 상시 조정하고 결과를 점검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정책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는 2022년 3월 제26차 회의부터 지난 2월 제31차 회의까지 총 6차례 회의를 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0차 회의만 대면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5차례는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고 문서로 안건을 심의하는 서면회의였다. 안건은 외국인정책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 과거 시행계획의 추진실적 및 평가 결과였다.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반면 유일한 대면회의였던 제30차 회의에는 법무부와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등 13개 부처가 참석했다. 대면회의에선 비자제도 개선과 사회통합교육, 외국인 요양보호사 도입 등 여러 부처의 협의가 필요한 정책 현안이 논의됐다.
외국인 근로자를 관리하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2023년 신설한 외국인정보빅데이터팀을 과 단위 조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산업별 인력 수요와 임금, 지역 정착률 등을 분석해 적정 외국인 도입 규모와 비자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2023년 신설한 외국인정보빅데이터팀을 과 단위 조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분석 인력과 기능을 늘려 데이터에 기반한 이민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비자별 입국·취업·출국 인원 △산업별 인력 부족 규모 △외국인의 숙련도와 임금 △내국인 고용에 미치는 영향 △지역별 정착률 등을 분석할 예정이다.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 도입 정책은 현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기업이 인력난을 호소하면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고 지방대가 학생 부족을 호소하면 유학생을 확대했다. 농어촌에는 계절근로자를 공급하고 인구 감소 지역에는 지역특화형 비자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