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법과 제도는 단순한 통치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돌보고 보호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1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세종법률문화상' 시상식에서 세종대왕의 법사상을 설명하며 "법과 제도가 단순히 통치의 수단이 아니라 백성의 삶을 돌보고 보호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도 법과 제도가 주는 보호에서 소외돼선 안 된다.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보편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종대왕은 나라의 근본을 백성에게 두는 민본사상과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 정신을 바탕으로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고자 힘썼다"며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훈민정음을 창제해 사회적 약자도 송사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글로 호소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했다.
세종법률문화상은 세종대왕의 뜻을 이어 법의 지배를 확립하고 법률문화 발전과 사회적 약자 보호에 헌신한 개인·단체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대법원과 세계은행이 공동으로 개최한 첫 시상식에서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마사 카람부 쿠메 케냐 대법원장이 각각 국내·국외 수상자로 선정됐다.
조 대법원장은 국내 최초의 법률구조기관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1956년 설립 이후 70년간 법을 모르거나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놓인 국민을 도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무료 법률상담과 법률구조를 통해 여성과 가족의 권리를 보호하고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법과 관련 제도 개선에도 힘써 왔다고 설명했다.
쿠메 대법원장은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에 헌신했다고 밝혔다. 케냐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뒤 국민이 사법 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법제도 현대화와 사법부 신뢰 제고를 위한 개혁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조 대법원장은 두 수상자의 활동에 공통된 믿음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열려 있어야 하며 특히 법의 보호가 절실한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신념"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는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는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의미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각국의 사법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변화하는 시대에 사법이 지켜야 할 근본적 가치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