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대 직장인이 대학 동기들과 각자 연봉을 공개했다가 평소 만족하던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졌다는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20일 한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저보고 연봉이 적어서 살기 힘들겠대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34세 직장인으로, 월 실수령액 28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돈이 아니라는 건 잘 안다"면서도 "빚 없이 적금을 넣고 남은 생활비로 취미생활을 즐기며 현재 생활에 만족해왔다"고 했다.
문제는 최근 대학 동기들과 가진 모임에서 벌어졌다. A씨는 "이 나이쯤 되니 돈, 투자, 부동산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었다"며 "갑자기 다들 수련회 마지막 날 촛불의식을 하는 것처럼 본인 연봉을 공개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소득을 밝히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모두 연봉을 공개하면서 A씨 역시 월급을 털어놓게 됐다.
그러자 대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친구는 A씨에게 "요즘 물가 진짜 미쳤는데 그 돈으로 생활이 돼? 월세 내고 숨만 쉬어도 남는 거 없을 텐데. 너 진짜 쪼들려서 살기 엄청 힘들겠다"고 말했다. A씨는 친구가 최근 성과급을 받아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도 자신의 형편을 대놓고 걱정하는 듯한 말에 당황했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나 빚도 없고 먹고 싶은 거 잘 먹으면서 살고 있으니까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웃으며 받아쳤다. 그러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A씨는 결국 핑계를 대고 모임에서 먼저 자리를 떴다.
친구의 말에 A씨는 만족하고 있던 직장생활까지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제 삶에 아무 불만 없이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는데 남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제 인생이 엄청 구질구질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억대 연봉 뱃지를 가진 분들이 많지만 현실에선 저처럼 버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더 많지 않느냐"며 "지금 다니는 회사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대기업 채용공고만 열었다 닫았다 했다"고 적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소득을 비교하는 자리 자체가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절친한테도 공개하지 않는 게 연봉", "비교하면 서로 마음만 상한다", "대기업 다니면서 남의 연봉을 깎아내려 자기 자존감을 채우는 사람이 더 안쓰럽다", "진짜 여유가 있는 사람은 남의 월급을 평가하지 않는다", "적금도 넣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스트레스 없이 만족하는 직장이면 그게 좋은 직장"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친구의 말을 계기로 장기적인 경제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실수령 280만원으로 취미생활까지 즐기면 향후 결혼이나 노후 대비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