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1장 훔치고...종량제봉투 슬쩍...'고령 절도범' 늘고 있다

최문혁 기자
2026.09.29 14:32

61세 이상 비중 5년 새 22.7→34.7%
"노인 생계형 범죄는 복지 사각지대의 결과"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1세 절도 피의자는 전체 피의자 중 34.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뉴스1.

#. 지난 3월 서울 중랑구 한 마트에서 80대 남성 A씨가 8700원 상당의 남성 속옷 1개와 4000원 상당의 깐마늘 1봉지를 상의 주머니에 넣어 달아났다. 같은 날 A씨는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A씨의 자녀는 피해 점주에 사과하며 피해 금액을 전액 변제했다.

#. 지난 6월에는 70대 여성 B씨가 편의점 앞에 놓인 종량제 봉투에서 쓰레기를 쏟아낸 뒤 봉투를 가져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가 훔친 75L 종량제 봉투의 가격은 1880원이다. B씨는 "절반도 차지 않은 봉투가 버려진 것을 보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령층 절도 피의자 비중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엔 3명 중 1명이 61세 이상이었다. 높은 노인빈곤율이 생계형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처벌만으로 접근하기보다 범죄에 이르게 된 생활 여건을 살펴 복지 제도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절도 피의자 9만6742명 중 61세 이상은 3만3614명으로 34.7%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20년(22.7%)과 비교해 12%포인트(P) 높아졌다. 61세 이상 절도 피의자 비중은 △2020년 22.7% △2021년 28.5% △2022년 30.2% △2023년 30.6% △2024년 33.7% △2025년 34.7%로 매년 상승했다.

고령층의 경제적 어려움은 생계형 절도 범죄 증가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일정한 소득 없이 생활고를 겪는 노인이 비교적 값싼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훔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A씨와 B씨도 무직이었고 피해 금액은 각각 1만2700원과 1880원이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전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소득빈곤율은 39.7%로 OECD 평균(14.8%)보다 약 2.7배 높았다.

이에 경찰도 2018년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도입해 경미한 범죄는 피의자의 전력과 반성 여부,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함께 살펴 처분 수위를 정하고 있다. 과도한 전과자 양산을 막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위원회는 각 일선 경찰서에 설치돼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정기회의를 연다. A씨와 B씨도 서울 중랑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훈방됐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생계형 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들은 정보 부족으로 복지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범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일률적으로 감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는 "생계형 범죄도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특히 범행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적절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했다.

61세 이상 절도 피의자 비중 추이./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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