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4대 중 1대가 법정 기본 차령(출고 이후 사용 햇수)인 9년을 넘겨 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운행 중 불이 난 시내버스도 폐차를 앞둔 11년 차 차량으로 확인되면서 노후 버스 안전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량 노후화를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노후 버스에 대한 점검과 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7일 머니투데이가 서울시 시내버스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서울 시내버스 7383대 가운데 2015~2017년 도입된 차량은 1713대로 전체의 23.2%를 차지했다. 서울 시내버스 4대 중 1대꼴로 기본 차령인 9년 이상 운행한 셈이다. 최대 연장 한도인 11년에 다다른 2015년 도입 차량도 259대로 집계됐다.
차령은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사용 연한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시내버스의 기본 차령은 9년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운행 차량은 6개월마다 임시검사를 받아야 한다.
노후 버스 안전 문제는 최근 발생한 '동대문구 시내버스 화재 사고'를 계기로 다시 떠올랐다. 지난 1일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는 운행 중이던 시내버스에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버스는 2015년 10월 등록된 차량으로 사고 당시 만 11년을 하루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중 대폐차가 예정돼 있던 차량이었다.
해당 버스업체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 지원과 회사 재정 문제 등으로 2년 정도 연장해 운영하던 버스"라며 "교체를 앞두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버스업계에서는 기본 차령인 9년을 채운 뒤 곧바로 차량을 교체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한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위탁을 받아 버스운송사업조합이 차령이 만료된 버스의 대폐차 승인 절차를 진행한다"며 "대부분의 버스가 11년 차까지 연장 운행한다"고 말했다. 대폐차는 기존 차량을 폐차한 뒤 같은 번호로 새 차량을 운행하는 절차다.
서울시 관계자도 "9년이 되면 교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고 법적으로도 연장이 가능하다보니 11년 된 차량을 위주로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와 차량 노후화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소방당국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전문가들도 차량 노후화가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정태헌 국립경국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10년이 지나면 차량이 노후화된다"면서도 "제조 결함이나 유지·관리 부실 등 (노후 차량의)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령 연장을 위한 안전검사 체계를 보다 촘촘하게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자동차 안전 검사는 일본 등 해외에 비해 정밀하지 못하다"며 "검사를 통과했다고 반드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버스회사가 차량 정비·관리에 소홀하지 않도록 감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차량 운용 계획서를 미리 제출받는 등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