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신안산선, 新안전선 될까(下)
영업정지에 충당부채까지…포스코이앤씨에 닥친 신안산선 청구서

4662억원. 올해 상반기 말 포스코이앤씨가 장부에 쌓아둔 충당부채 규모다. 신안산선 붕괴사고에 따른 재시공 비용 등 예상 손실을 반영하면서 사고 전보다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추가 피해보상과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남아 있어 사고의 '청구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연결기준 4515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며 9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순손실도 4776억원까지 늘었다.
지난해 실적에는 중대재해 사고에 따른 비용과 공사 중단 여파가 반영됐다. 포스코이앤씨는 "신안산선 5-2공구 붕괴에 따른 복구원가 반영, 중대재해에 따른 공사중단 영향으로 전년대비 영업이익은 830%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036.7%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에는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대규모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연결 기준 영업손익은 전년 동기 669억원 적자에서 974억원 흑자로, 반기순손익은 851억원 적자에서 528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상반기 순이익은 사고 이전인 2024년 같은 기간(972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신안산선 제5-2공구 붕괴구간 관련 추정 손실 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말 전체 충당부채는 4790억원으로 2024년 말 3652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전체 충당부채 규모는 올해 상반기 말에는 4662억원으로 약 128억원 줄었지만 오히려 공사손실충당부채는 같은 기간 1147억원에서 1224억원으로 늘었다.

추가 손실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안산선 사고와 관련해 이미 반영한 지체상금과 복구비용 외에 지역사회에 대한 피해보상 가능성, 추가적인 공정 지연 및 원가 상승 등을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고 수습과 보상, 공사 재개 과정에 따라 손실 규모가 더 불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영업정지 처분도 대기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를 연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행정처분 심의는 세 차례 심의와 청문 절차로 진행되며 현재 두 번째 심의를 마치고 청문 일정을 조율 중이다. 업계에서는 최대 8개월의 영업정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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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는 신규 수주뿐 아니라 주택사업의 자금 회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행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선분양 제한 대상에 해당하는 사업주체나 시공자가 6개월 이상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선분양이 제한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포스코이앤씨는 물론 포스코그룹 차원의 사고 책임이 주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과 함께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회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포스코이앤씨 대표와 장인화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회사와 그룹 차원의 책임 있는 답변을 직접 듣겠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내려도 수주는 계속…소송에 멈춰선 제재 실효성

신안산선 광명구간 붕괴사고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연내 내려지더라도 실제 영업정지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을 얻어내면 소송기간 중 신규 수주와 입찰을 계속할 수 있어서다. 대형 붕괴사고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제재가 집행되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겠다는 처분의 취지가 약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안산선 5-2공구 붕괴사고와 관련한 포스코이앤씨 행정처분 절차는 2차 심의까지 진행된 상태다. 세 차례 심의와 사업자 청문을 거쳐 연내 처분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로 현재 청문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영업정지 여부와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처분 절차는 지난 4월 국토부가 발표한 사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조사에서는 터널 중앙기둥의 하중을 실제보다 작게 계산한 설계오류와 안전점검 미실시, 균열관리 부실 등이 확인됐다. 당시 국토부는 설계·시공·감리 주체별 과실에 따라 영업정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처분이 내려져도 곧바로 신규 영업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건설사가 취소소송과 함께 신청한 집행정지를 법원이 받아들이면 처분의 효력이 정지된다. 기존 계약에 따른 공사는 영업정지 중에도 계속할 수 있는 만큼 신규 계약과 입찰 제한이 언제 시작되는지가 제재의 실효성을 좌우한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대표적이다. 2022년 1월 사고 발생 후 4년 9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영업정지는 집행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총 1년을 부과했으나 앞서 8개월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진 데 이어 올해 1월 나머지 4개월 처분도 집행정지가 인용됐다. 그 사이 IPARK현대산업개발은 취소소송을 이어가며 신규 수주와 입찰을 지속하고 있다.
GS건설 역시 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3년 5개월이 지났지만 신규 영업 제한은 시작되지 않았다. 국토부가 2024년 2월 영업정지 8개월을 부과했으나 법원이 같은 해 3월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후 취소소송이 이어지면서 처분의 집행도 미뤄진 상태다.
집행이 유예된 뒤 처분 자체가 취소된 경우도 있다. 서울시가 검단 사고와 관련해 GS건설에 별도로 내린 품질시험 불성실 수행 관련 영업정지 1개월 처분의 경우다. 지난해 1심에 이어 올해 8월 항소심에서 GS건설이 승소하고 이에 서울시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지난달 취소가 확정됐다. 소송 중인 국토부의 8개월 처분과는 별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토부 사고조사 결과와 전문가 청문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률대리인 검토 결과 상고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과 소송 실익이 낮다고 판단해 상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집행정지는 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권리구제 절차다. 그러나 제재가 장기간 유예되는 동안 기업의 안전관리 개선을 어떻게 담보할지는 과제로 남는다.
전문가들은 소송을 거치면 제재가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경험이 반복돼 기업이 안전투자보다 법적 대응에 집중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정부가 제재해도 소송으로 가면 흐지부지된다는 학습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인명피해가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의 소송 대응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법무조직과 대형 로펌을 통해 지속해서 대응하는 반면 행정기관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행정기관도 처분을 뒷받침할 법적 논리와 증거를 정교하게 갖춰야 한다"며 건설안전 관련 처분 소송을 전담하는 조직을 마련해 실제 제재 이행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처분의 법적 근거부터 충분히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망사고 이후 비난 여론을 반영해 무거운 제재를 내리더라도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재판에서 유지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건설 분야 전문 법무법인의 한 대표변호사는 "행정기관의 패소를 법무 역량의 차이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사고에 대한 비난 여론과 별개로 해당 수위의 영업정지가 법적으로 가능한지 면밀히 따져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