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대법원장간 갈등으로 '대법관 공석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선 권한을 분산하고 후보추천위원회의 대표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대통령이 제청을 거부할 경우 그 사유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의 임명 제청을 둘러싼 법적 쟁점과 제도적 개선 방안 제언 토론회'에서 이번 사태를 "대법원장 1인 중심의 권력 구조가 드러난 단면"으로 진단하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개편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민주주의법학연구회 공동 주최로 열렸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이후 후임 인선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대법관 임명 절차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짚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8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 없이 손봉기 후보자를 제청한 뒤 대통령실이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제청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교수는 대법원장 보좌기관인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제외하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선출한 법관 3명과 국회 추천 인사 3명, 시민사회·변호사단체가 지명한 인사 등을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선 권한을 분산하고 후보 추천 과정에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용근 민변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 변호사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대법관 중 1인을 대법원장으로 선출한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이라며 이를 위한 '대법원장후보추천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대법관들이 내부에서 대법원장을 선출하도록 해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명권 행사를 견제하고,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대법원장의 독단적인 인선 권한 행사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자의 제청을 거부할 경우 그 사유를 명확히 밝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송기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제청안을 거부하거나 재제청을 요구할 때 공직 부적격 사유, 심각한 오판 경력 등 명확하고 합당한 이유를 문서로 제시하는 절차를 거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법관 제청 갈등 상황에 대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대통령의 임명권이 서로 존중과 협력 속에 행사된다면 능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