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내년 하반기에 세종으로 이전한다. 지난 2008년 설립 이후 19년 만에 소재지가 서울에서 세종으로 바뀌는 것으로, 금융위의 세종 이전과 맞물려 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르면 다음달 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를 앞두고 금융권이 술렁거리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13일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대상기관으로 금융위를 포함해 총 44곳(9929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금융위는 법 개정 없이 이전이 가능한 부처여서 내년 하반기 이전이 확정됐다. 금융위 산하 FIU(금융정보분석원)도 같은 시기에 세종으로 이전해 임시청사에 둥지를 튼다.
지난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가 확대 개편해 출범한 금융위는 줄곧 소재지가 서울이었다. 금융위와 FIU 정원은 각각 340명, 80명으로 대략 400명이 넘는 금융위 공무원들이 짐을 싸야 한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에 대한 인허가와 함께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수행해 온 만큼 이번 이전 결정은 금융권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있는 금융 공공기관은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비롯해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있다. 금융감독원, 증권금융 등의 유관기관도 있다.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소재지가 서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정책에 따라서 움직이는 주요 공공기관들은 금융위가 이전하면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금융회사들도 인허가 등 소통을 하려면 세종에 자주 출장을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공무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당초 서울이 '경제 수도'로 부각되면서 금융위가 서울에 잔류할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금융위는 서울에 있는 몇 안되는 부처인 만큼 '에이스' 공무원들 사이에 인기 있는 부처다. 금융위 소속 한 직원은 "일을 많이 해야 하는 과장급 이하 '허리' 직원들이 지금도 많지 않은데, 세종 이전 이후에 더 큰 공백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위를 비롯한 주요 부처의 과장급 이하 공무원들의 민간 기업 이직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세종 이전 결정으로 이탈 규모가 확대될 수도 있다. 일부 직원들은 자녀 학업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금융위의 이전이 확정되면서 다른 금융 공공기관의 이전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날 김하균 행안부 본부장은 "금감원은 특수목적법인 형태로 돼 있는데, 그것과 더불어 공공기관 이전에 관해 전반적으로 별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다음달쯤, 늦어도 올해 안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한다. 구체적인 이전 대상지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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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서울에 있는 산은과 기은, 수은 등 국책은행 소속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예보와 금감원도 술렁이고 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도 긴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위의 세종이전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금융(금융위)과 국제 금융(재정경제부), 감독정책(금융위)과 감독집행 기관(금감원)의 조직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 금융위를 해체하고 국내 금융정책을 재정경제부와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을 합쳐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모델로 회귀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지난해 무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세종으로 이전하면 재경부와의 통합 방안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를 것"이라며 "그것에 맞춰 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