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속촌에서 아이들의 생활 습관을 바로잡아 주는 이른바 '귀신 참교육'으로 화제를 모은 귀신 배우들이 성인 관람객들에게도 술을 줄이거나 집을 공동명의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며 웃음을 안기고 있다.
지난 2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는 한국민속촌에서 처녀 귀신 역을 맡은 배우 강윤정씨와 어둑시니 역의 구교현씨, 콘텐츠기획팀 황민아 대리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콘텐츠의 뒷이야기를 전했다.
강씨는 누리꾼들이 붙인 '어둠의 오은영'이라는 별명에 대해 "영광스럽다"면서도 "혹시 오은영 선생님께 폐가 될까 봐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다. 절대 따라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에는 대부분 아이 훈육 목적으로 민속촌에 오시는 것 같다. 부모님들이 제 앞으로 줄을 서서 아이가 밥을 안 먹는다거나 손가락을 빤다거나 TV를 너무 많이 본다고 말씀하신다"며 "아이 이름을 물어보고 일대일로 상담한 뒤 약속을 받아내고 배꼽 인사를 시킨다. 예절 교육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씨는 아이들이 겁을 먹을 경우 대처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재미있는 도깨비나 익살스러운 재주꾼처럼 다가가 마음을 풀어준다"며 "옛날이야기 속 주인공을 만난 듯한 추억을 만들어 주자는 소신이 있다"고 말했다.
귀신 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훈육 대상은 성인 관람객으로까지 확대됐다.
강씨는 "요즘에는 어른들도 상담받으러 많이 오신다"며 "아내분이 '남편이 제 말을 너무 안 들어요' 하면 남편분한테 '아내 말 들어야 해요, 안 들어야 해요?'라고 물어 약속을 받아낸다. 밤에 맥주를 너무 많이 마신다고 하면 술 좀 줄이라고 하고 약속받는다"고 했다.
구씨도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관람객도 즐길 수 있도록 상대에 맞춰 즉석 상황극을 펼친다고 했다. 특히 성인 남성 관람객에게는 부부간 재산 문제를 소재로 질문을 던진다. 구씨는 남성 관람객에게 "집 공동명의 했어요, 안 했어요?"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선뜻 답하지 못하면 "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라고 재차 물으며 공동명의를 약속받는다. 관람객이 웃으며 하겠다고 답하면 언제까지 할 것인지 구체적인 시점까지 확인하며 상황극을 이어간다.
장인·장모를 위한 경제적 지원도 질문 소재다. 구씨는 "장인·장모님이 힘드실 때 대출을 최대한 받아 1억원을 마련해 드릴 수 있냐고 물으면 대부분 해 드리겠다고 답한다"며 "아내분들은 웃으면서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귀신 배우들은 훈육받은 아이들이 실제로 달라졌다는 소식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강씨는 "밥을 잘 먹지 않아 훈육했던 아이의 부모님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아이가 밥 잘 먹는 영상을 보내주시면 뿌듯하다"며 "가끔 아이가 다시 말을 안 듣는다고 오시면 애프터 케어 서비스까지 해 드린다"고 말했다.
구씨는 관람객에게 받은 메시지를 소개하던 중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귀신 체험 중에 5살 아이가 말도 없고 반응도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부모님을 잡아간다고 하면 반응할 것 같아 아버님을 잡아먹겠다고 하고 다가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자 아이는 재빨리 달려와 "안 돼, 아빠 도망가!"라고 외쳤다고 한다. 구씨는 "이후 아이 아버님이 DM으로 '아이의 따뜻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고 사랑을 깨달았다'고 하셔서 큰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 아버지는 메시지를 통해 "그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뿐일지 모르지만, 저희 부자에게는 평생 간직할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 주셨다"며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제 아들을 발견하고 돌아왔다. 특별한 경험과 감동을 선물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황 대리는 "아이들을 훈육하는 상황이 불편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배우들은 다른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민속촌에 와서 귀신들을 만나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테니 예쁘게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민속촌은 오는 11월까지 전통 귀신으로 분장한 배우들이 민속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관람객들과 소통하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