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범행 한 달 전부터 휘발유 준비·휴대전화 해지…계획범죄 정황
경찰, 살인의 고의 인정…피해자 19명→26명으로 늘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2곳에 불을 질러 총 19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 피의자 이모씨가 29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으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2026.10.29.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909010631921_1.jpg)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특허법인 사무실 두 곳에 잇달아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까지 적용돼 공소청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면서 전체 피해자는 당초 19명에서 26명으로 늘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역삼동 연쇄 방화 사건 피의자 이모씨(77)를 살인미수와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공소청에 구속 송치했다. 이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송치 과정에서 이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당초 경찰은 살해 의도를 뒷받침할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 당시에는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만 적용했다. 이씨 역시 "겁을 주려고 했을 뿐 죽일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살인의 고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하고 건물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불을 지른 정황 등을 종합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한양빌딩에서 범행하기 전 특정 직원의 근무 여부를 묻고, 사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신명빌딩에서도 범행 직전 사무실에서 나오는 여러 사람과 마주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씨가 두 건물의 유일한 탈출구인 사무실 출입문 앞에 상당량의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인 점에도 주목했다. 이씨는 불길이 크게 번지는 것을 보고도 비상벨을 누르거나 내부에 있던 사람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한 달전부터 '계획'…집주인에 "가만히 있음 안돼" 혼잣말

이씨는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준비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까지 서울 강서구 주거지 인근 상점에서 식초 1통(15ℓ)과 까나리액젓 1통(9㎏), 라이터 2개를 구입했다. 지난 15일에는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임대차계약 기간이 약 9개월 남은 주거지의 계약도 종료했다.
범행 전날인 19일에는 주거지 인근 주유소에서 휘발유 17ℓ를 구입해 미리 준비한 식초·액젓 통에 나눠 담았다. 같은 날 주거지에 있던 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모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에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으면서 "사기를 쳤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혼잣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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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검거 직후부터 자신이 사기 피해자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 특허법인들이) 허위 특허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친 것에 불만이 있어 겁을 주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 밖의 범행 동기나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3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양빌딩 4층 특허법인 사무실 출입구 앞 바닥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약 6분 뒤에는 인근 신명빌딩 3층 특허법인 사무실 출입구 앞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불을 질렀다.
두 건물에서 발생한 피해자는 총 26명(한양빌딩 15명·신명빌딩 11명)으로 당초 알려진 19명보다 7명 늘었다. 경찰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추가 피해 사실이 확인됐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28일 이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씨가 신상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없음'을 표시하지 않아 관련 법에 따라 내달 3일 오전 9시부터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