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딸을 두고 집을 나가 20년 넘게 양육비조차 지급하지 않은 아버지가 숨진 딸의 재산 상속을 요구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2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최근 갑작스러운 사고로 딸을 잃은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도박에 빠져 살던 남편은 A씨와 세 살배기 딸을 두고 집을 나간 뒤 연락을 끊었다. A씨는 밤낮없이 일하며 혼자 딸을 키웠다. 생계를 꾸리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 탓에 남편과 이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렀다. 좋은 직장에 취직한 딸은 A씨에게 "엄마랑 크루즈 여행을 가고 싶다"며 "몇 달 뒤 적금이 만기 되니 기대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딸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모녀의 여행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장례를 치른 A씨는 상속 절차를 알아보던 중 딸에게 예금과 보험금 등 재산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딸이 사망한 뒤에야 나타난 남편이 상속권을 주장하며 재산을 나눠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남편은 단 한 번도 아버지 노릇을 하지 않았다. 집 나간 뒤 양육비는커녕 딸이 어떻게 자랐는지, 어디서 무슨 일하는지도 몰랐던 사람"이라며 "인제 와서 뻔뻔하게 딸이 남긴 재산을 달라고 하니 화가 난다. 딸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힘든데 남편과 상속 문제로 다퉈야 한다. 딸의 재산을 지킬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박이찬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부모가 오랫동안 자녀를 돌보지 않았더라도 상속권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사망한 자녀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없고 부모가 모두 살아있다면 부모는 원칙적으로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1월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제1004조의2)이 시행되면서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가 도입됐다. 이 법은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리거나 학대·범죄를 저지른 부모의 경우 자녀 사망 시 상속권을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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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단순히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상속권 상실이 인정되는 건 아니다"라며 "법원은 부모가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를 얼마나 이행하지 않았는지, 그 경위와 정도는 어땠는지 등을 살핀다"고 말했다.
이어 "A씨 남편처럼 20년 넘게 딸을 키우지 않고 양육비도 지급하지 않는 등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면 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며 "이를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계좌 내역과 자료, A씨가 딸이 어릴 때부터 혼자 양육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가족·지인의 진술, 과거 양육비 청구나 부양 관련 법적 절차를 진행했다면 판결문과 관련 서류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