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최대의 빅매치이자 운명의 한일전, 마운드의 명운을 짊어진 고영표(35·KT 위즈)가 선발 등판을 앞두고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뒀던 솔직한 심경을 꺼내놨다.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고 있은 타자들에 대한 압박감은 피할 수 없겠지만, 오히려 그 부담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도전자'의 자세로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고영표는 7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6 WBC C조 2차전 일본전에 선발 등판한다. 일본 출신의 '메이저리그 베테랑' 좌완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사실 고영표는 지난 5일 체코전을 앞두고 일본전 선발 내정 사실을 현장 취재진에게 털어놨다. 고영표에 따르면 오키나와에서 도쿄로 이동하기 3일 정도를 앞두고 일본전 등판 사실을 알았다.
고영표는 "상대는 직전 WBC 대회 우승팀이자 라인업만 봐도 꽉 차 있는 강팀이다. 어떻게 승부해야 하나 고민도 많았고 솔직히 긴장도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내 "지나고 보니 결국 도전자의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마운드에서 최대한 공격적으로 피칭해 나에게 주어진 이닝에서 최선의 이닝을 막겠다는 마인드로 던지겠다"며 강조했다.
솔직한 심정도 드러냈다. 고영표는 "전략적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우리 팀의 목표는 8강 진출, 즉 조별 통과다. 왜 저한테 일본전 선발을 맡기셨는지, 잘 때마다 정말 많이 생각해봤다. 감독님이 왜 나에게 일본전 선발을 맡기셨는지 나름대로 판단을 내렸고, 그 믿음대로 경기를 끌고 나가려 한다. 스스로는 답을 찾았다. 그게 일치할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냉정함도 잊지 않았다. "상대가 일본이고, 오타니 쇼헤이도 있고 (공이 잘 나가는) 돔구장이다. 공인구 반발력이 높다는 것도 계속 생각하면 끝이 없더라. 그런 요소를 따진다고 해서 내가 못 던지던 150km를 기적적으로 던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생각을) 비우고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고영표는 KBO 리그의 준수한 토종 선발 가운데 한 명이다. 2025시즌 KBO 리그 29경기에 나서 11승 8패 평균자책점 3.30의 기록을 남기며 이견이 없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당시 일본프로야구(NPB) 1군급 멤버가 나온 일본을 상대로 5이닝 2실점으로 준수한 성적을 낸 바 있다.
사실 최근 일본전 등판은 투수에게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일본 야구가 세계 최정상 자리를 유지하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짙어졌다. 무너지면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호투한다면 단숨에 '국민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다. 고영표는 그 무게감을 기꺼이 짊어지기로 했다. 잠 못 이루던 밤의 고민을 끝낸 고영표가 비장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갈 예정이다. 누구보다 야구팬들은 고영표의 심정을 공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