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매진'이 말해주는 KBO리그의 변화, 천만 관중 시대의 시즌권 열풍[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2026.03.09 10:53
2026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한국 프로야구가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지난해 KBO리그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81.8%에 달했으며, 한화, 삼성, LG, 롯데는 90%를 웃도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특히 한화 이글스의 'FULL 멤버십'은 가격이 크게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5분 만에 매진되는 등 시즌권 열풍이 불고 있다.
2025년 플레이오프에서 만원 관중을 이룬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전경. /사진=한화 이글스

2026 KBO리그 개막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지난해 KBO리그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81.8%에 달했고, 한화·삼성·LG·롯데는 90%를 웃도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화의 좌석 점유율은 무려 99.3%였다. 한마디로 경이적이다.

이 같은 흥행 열기는 올 시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각 구단이 판매한 멤버십과 시즌권이 잇달아 조기 매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는 2월 10일 오후 2시 '풀 시즌권'을 판매했는데 불과 36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팔렸다. 준우승팀 한화 이글스는 이보다 더 빨랐다. 2월 25일 오후 2시 홈 경기 전체를 관람할 수 있는 'FULL 멤버십'을 판매했는데 단 5분 만에 마감됐다.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한화는 올해 'FULL 멤버십' 가격을 비교적 큰 폭으로 올렸다. 포수 후면석은 지난해 357만8000원에서 461만 원(28.8%)으로 인상됐다. 내야 지정석 A는 105만9000원에서 144만4000원(36.4%)으로 올랐다. 응원단석 역시 약 35% 인상됐다. 이렇게 가격이 올랐는데도 금방 매진된 것이다. 그만큼 'FULL 멤버십'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가득 채운 팬들의 모습. /사진=김진경 대기자

한편, 삼성 라이온즈는 올해 신규 시즌권 모집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시즌권 보유자 재계약만으로 전체 좌석의 절반 이상이 채워졌기 때문이다. 삼성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약 2만4000석 규모다. 즉 1만2000석 이상이 시즌권으로 이미 확보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히 야구 인기가 높아졌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KBO리그의 비즈니스 구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그동안 KBO리그에서는 홈 경기 전체를 관람할 수 있는 시즌권의 인기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한 시즌 홈 경기는 보통 71경기다. 모든 경기를 관람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홈 경기의 70% 정도는 관람해야 시즌권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도 쉽지 않았다. 여기에 경기별 예매가 비교적 수월했던 것도 시즌권 수요가 크지 않았던 이유였다. 그래서 구단이 운영하는 멤버십 제도가 더 인기를 끌었다. 선예매와 조기 입장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처럼 KBO리그에서도 시즌권이 점점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한 시즌 홈 경기의 70% 이상을 관람하는 팬들이 늘어났고, 매진 경기가 많아지면서 경기별 예매가 점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홈 73경기 가운데 62경기가 매진됐다. 매진 경기가 늘어나면서 입장권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시즌권의 가치도 높아졌다. 그 결과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올해 'FULL 멤버십'은 단 5분 만에 매진됐다.

지금의 시즌권 열풍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바로 '10만 원 시즌권' 시절이다.

2018년 SK 와이번스 시절(현 SSG 랜더스), 만원 관중을 이룬 인천SK행복드림구장 /사진=SK 와이번스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스포테인먼트 원년'을 선언하며 내야 일반석 시즌권을 10만 원에 판매했다. 정상가 대비 71% 할인된 가격이었다. 주말 시즌권도 7만 원으로 53% 할인됐다. 선착순 1000명 한정 판매였다. 당시 문학야구장의 규모는 3만500석이었다. 시즌권 1000장은 전체 좌석의 약 3%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게 팔리지 않았다. 구단 직원들에게 판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질 정도였다. 지금의 시즌권 매진 행렬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2007년 KBO리그 평균 관중은 8144명이었다. 지난해 평균 관중은 1만5122명이다. 2007년 평균 관중은 지난해의 53.9% 수준에 불과했다.

오래 전부터 MLB 구단들의 티켓 비즈니스 중심에는 시즌권이 있었다. 그래서 야구장을 보면 좌석이 비어 보이는데도 매진으로 발표되는 경우가 있다. 시즌권 좌석이 이미 판매됐기 때문이다. MLB에서는 기업들이 시즌권을 구매해 영업에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KBO리그에서도 이런 법인 마케팅이 이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시즌권 열풍은 개인 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 보인다. MLB 구단들의 전 경기 시즌권 할인율은 보통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KBO 구단들의 할인율은 이보다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MLB와 비슷한 수준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구단 입장에서 경기별 입장권 가격을 크게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다. 대신 기본적으로 할인율이 적용되는 시즌권의 할인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 정책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FULL 멤버십' 가격 인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KBO 구단들의 시즌권이 팬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프로야구가 천만 관중 시대를 맞으며 나타난 또 하나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프로야구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또 하나의 단면이기도 하다.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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