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우리는 불펜 야구를 해야할 것 같아요."
팀은 공동 1위를 달리고 있고 팀 타율 2위(0.289), 득점 공동 1위(73점) 등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고 있지만 사령탑은 냉정히 현실을 진단했다. 선발진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숭용(55) SSG 감독은 10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불펜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막강했던 마운드는 여전하고 타선의 힘이 훨씬 더 강해졌다. SSG가 7승 3패를 거두며 KT 위즈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는 이유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타격은 사이클'이라는 격언처럼 언제 내림세를 탈 줄 모르는데 선발은 아직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디 폰세(토론토)와 함께 리그 최고 선발 자리를 두고 다퉜던 드류 앤더슨(디트로이트)이 떠났고 10승을 안겨줬던 김광현마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황이다.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였던 신인 김민준도 부상에서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팀 평균자책점(ERA)은 4.10으로 NC 다이노스(3.13)에 이어 2위에 올라 있어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펜은 2.78로 압도적인 데 반해 선발은 5.44로 8위로 처져 있다. 불펜 싸움으로 갈 땐 확실히 승기를 굳히고 있고 선발이 부진해도 타선의 힘으로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많아 크게 문제가 부각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노경은과 조병현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큰 점수 차로 이기는 날이 많아 굳이 등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많았다. 10경기 중 노경은은 3경기, 조병현은 4경기에 나섰다. 지난해 각각 77경기 80이닝, 69경기 67⅓이닝에 나섰던 투수들인 점을 고려하면 시즌 초반 여유롭게 시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지난 8일 한화 이글스전에선 5회 1사에서 물러난 최민준을 대신해 김민(1⅔이닝)을 시작으로 이로운, 노경은, 조병현(이상 1이닝)씩 차례로 필승조가 모두 동원됐다.
9일 전국에 비가 예보됐던 상황이었기에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필승조 전원을 활용한 것이다. 이숭용 감독은 "불펜 투수들 관리를 최대한 많이 해주고 있다. 저희는 올해도 불펜 야구를 해야 될 것 같다. 그래서 선발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계속 얘기를 하고 있다"며 "그날은 다음날 비 예보도 있었고 우리 불펜들도 너무 많이 쉬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제까지 쉬면 나흘을 쉬는 것이었다. 그러면 투구 밸런스에도 문제가 생기기에 조금 빠르게 6회부터 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점수를 좁혀가면 후반에 점수를 낼 수 있는 확률이 많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여봤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건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계산된 상황에서 필승조를 가동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선발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선발의 부진은 불펜진의 과부화로 이어지는 게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날 등판하는 1선발 미치 화이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날 내린 비의 영향으로 이날은 영상 8도까지 내려가는 쌀쌀한 날씨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추운 날씨에선 타자들의 몸이 쉽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 빠른 공을 주무기로 삼는 화이트가 에이스다운 투구로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