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해버지' 박지성(45)이 다시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를 밟았다. 하지만 승자는 홈팬들의 웅장한 응원에 힘입은 수원 삼성 레전드 팀이었다.
OGFC는 19일 오후 7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삼성 레전드 팀과 맞붙어 0-1로 패했다. 이번 경기는 박지성을 비롯해 프리미어리그 황금기를 이끌었던 전설들이 '슛포러브'와 함께 창단한 신생 독립 팀 OGFC가 닻을 올리는 첫 무대였지만, 총 38027명의 관중이 입장한 가운데 아쉬운 패배로 막을 내렸다.
OGFC는 '해버지' 박지성과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난드, 라이언 긱스, 파트리스 에브라 등 현역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래포드를 누볐던 선수들이 뭉친 팀이다. 이들은 현역 시절 최고 승률 73% 돌파를 목표로 내걸며 출범했다. 화려한 선수단에 더불어 에릭 칸토나가 지휘봉을 잡고, 마이클 펠란이 코치로 합류했다.
이에 맞서는 수원 레전드는 구단 레전드이자 FA컵 우승을 이끈 서정원 감독이 팀을 지휘했고, 2011년 경기 도중 심정지로 은퇴했던 '영록바' 신영록이 코치를 맡았다. 선수단도 이운재, 곽희주, 송종국, 김두현, 고종수, 이관우, 조원희, 염기훈 등 국내 선수들은 물론이고 데니스, 산토스 등 수원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선수들까지 가세하며 화려한 스쿼드를 완성했다.
경기 전부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웅장한 연출이 펼쳐졌다. 레전드로 불리는 양 팀 선수들이 한 명씩 입장할 때마다 관중석에선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팬들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라인업이 현실로 찾아온 이른바 '공책 라인업'이었다.
OGFC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긱스-디미타르 베르바토프-안토니오 발렌시아, 에브라-앨런 스미스-대런 깁슨, 파비우-네먀나 비디치-퍼디난드-하파엘, 에드윈 반 데 사르가 선발로 나섰다. "또 수비를 시키면 동료들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올라가고 싶다"라고 외친 에브라가 중원에 배치됐고, 무릎 수술로 10분 정도 출전을 예고한 박지성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수원 레전드는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산토스, 데니스-이관우-김두현-염기훈, 송종국, 조원희-양상민-곽희주-신세계, 이운재가 선발 출격했다. 심정지를 이겨내고 일어선 신영록 코치가 입장하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양 팀 선수들은 엄청난 응원전 속에 초반부터 열심히 부딪혔다. 전방 압박을 펼치기도 했고,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푸르고 붉은 물결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전설들의 터치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전반 6분 염기훈의 첫 슈팅이 골대를 넘어가자 탄식과 안도의 한숨이 섞여 나왔다.
수원 레전드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전반 8분 왼쪽에서 공을 잡은 데니스가 수비 사이로 스루패스를 찔러넣었다. 뒷공간으로 빠져나간 산토스가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려 반 데 사르를 뚫고 득점했다.
OGFC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전반 17분 파비우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 위로 뜨고 말았지만, 수원 레전드의 일사불란한 수비 라인으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전반 19분 발렌시아의 우측 돌파에 이은 파비우의 슈팅이 다시 한번 높게 솟구쳤다.
레전드 매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경기가 계속됐다. 전반 23분 곽희주가 너무 열심히 뛴 나머지 근육 경련으로 마토와 교체됐다. 에브라는 슬라이팅 태클까지 불사하며 신세계를 막아세웠고, 데니스 역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자 아니라고 화를 내며 진심으로 승리를 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OGFC가 동점골을 위한 막판 공세를 퍼부었다. 전반 36분 파비우가 유연한 동작으로 바이시클 킥을 시도했지만, 이운재에게 막혔다. 그는 전반 44분에도 박스 왼쪽을 파고든 뒤 직접 슈팅해 봤으나 옆그물을 때리고 말았다. 전반은 수원 레전드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수원 레전드는 후반 들어 '앙팡 테리블' 고종수와 이병근도 투입하며 팬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물론 경기장 위에선 치열한 승부가 계속됐다. 공을 천천히 넘겨주려다가 작은 신경전이 일어나자 관중석에선 실전 같은 야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OGFC가 공을 점유하고 경기를 주도하며 동점골을 노렸다. 수원 레전드는 전반과 달리 라인을 내리고 수비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양 팀 선수들은 경고까지 받을 정도로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반 데 사르가 데니스의 쥐난 다리를 풀어주는 등 훈훈한 장면도 연출됐다.
모두가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후반 38분 박지성이 등번호 13번 유니폼을 입고, 주장 완장을 찬 채 경기장에 투입됐다. 그가 커리어 최고의 순간(2002년 프랑스전 득점)을 기록한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돌아오자 관중석에선 '위송빠레' 응원가가 울려퍼졌다. 수원 레전드는 감독 겸 선수로 나선 서정원까지 투입하며 모든 선수들이 잔디를 밟았다.
마지막까지 OGFC의 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43분 미카엘 실베스트르의 중거리 슈팅이 굴절됐지만, 이운재가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후반 44분 하파엘은 결정적 헤더를 놓친 뒤 땅을 내려치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가시간 베르바토프의 슈팅도 수비벽에 걸렸다. 전설들이 모든 걸 쏟아부었던 경기는 결국 수원 레전드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fineko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