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본선 무대를 불과 두 달여 앞둔 국가가 사령탑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2022 카타르월드컵 당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었던 영웅 에르벨 르나르(57) 감독을 해임하고, 사우디 리그 전문가 게올기오스 도니스(56) 감독에게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맡겼다.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는 24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르나르 감독의 해임과 도니스 감독의 선임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아랍 뉴스'와 'ESP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협회는 월드컵 개막이 6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이 같은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르나르 감독의 두 번째 사우디 집권기는 불과 반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2회 우승에 빛나는 르나르 감독은 지난 2022년 월드컵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2-1로 제압하는 역사를 쓴 바 있다. 이후 프랑스 여자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고 같은 해 10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후임으로 사우디 사령탑으로 전격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이후 성적은 처참했다. 친선 경기에서 이집트에 0-4로 완패하고 세르비아에도 1-2로 덜미를 잡히는 등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경질론에 휩싸였다. 이미 지난 17일 'RMC 스포츠'와 'AFP' 통신을 통해 경질설이 제기됐으며, 르나르 본인이 이를 직접 인정하기도 했다. 사우디 협회 측은 상호 합의에 따른 계약 해지임을 공식화했고, 르나르는 결국 본선 무대를 앞두고 반전을 꾀하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새롭게 부임한 도니스 감독은 그리스 국가대표 출신이다. 계약 기간은 2027년 7월까지다. '사우디 가제트'에 따르면 도니스 감독은 유럽 축구와 사우디 프로리그 모두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전략가다. AEK아테네와 PAOK FC 등 그리스 명문을 거쳤고 사우디 내에서도 알 힐랄, 알 웨흐다, 알 파테 그리고 최근까지 몸담았던 알 칼리지까지 총 4개 클럽을 지휘했다.
특히 도니스 감독은 우승 청부사로서의 면모도 갖췄다. 2013~2014 키프로스 리그와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사우디에서도 2015년 국왕컵, 2015~2016 왕세자컵(현 킹스컵), 2015년 슈퍼컵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우디 축구협회는 "도니스 감독은 사우디 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중대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 팀의 연착륙을 도울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는 사우디 축구 행정의 대대적인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최근 미국축구협회의 맷 크로커 스포츠 디렉터가 사우디 협회로 자리를 옮긴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사령탑 교체까지 이뤄졌다. 사우디 협회는 조만간 리야드에서 새로운 코칭스태프가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서 진행될 최종 훈련 캠프로 떠나기 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이번 북중미월드컵에서 스페인, 우루과이, 카보베르데와 함께 H조에 편성됐다. 오는 6월 15일 우루과이와 첫 경기를 시작으로 강호들을 차례로 상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