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은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선수들을 떠올리며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박길영 감독이 이끄는 수원FC 위민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북한)에 1-2 역전패를 당하며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수원FC 위민은 전반전 두 차례나 골대를 맞히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고 후반 초반 아야카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렸으나, 내고향에 연속 헤더 골을 허용한 데 이어 후반 막판 주장 지소연의 페널티킥 실축까지 겹치며 석패했다.
특히 후반 들어 내고향의 강한 몸싸움에 밀려 고전하며 조금옥과 김경영에게 연달아 헤더 실점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박길영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울먹이는 말투로 박길영 감독은 "궂은 날씨에도 응원해주신 팬들게 죄송하다. 많은 취재진에도 감사하다"며 "결과를 떠나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AFC 관계자는 질의에 앞서 "본 경기에 관련한 질문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수원FC 위민은 이날 전반 21분 하루히의 헤더와 전반 30분 밀레니냐의 오른발 슈팅이 모두 골대를 강타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고, 1-2로 뒤진 후반 34분에는 지소연의 페널티킥마저 골문을 벗어나는 등 유독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은 통일부의 3억 원 지원으로 결성된 3000여 명 규모의 민간 공동응원단이 배치되면서 홈팀의 선제골에도 침묵이 흐르고 북한의 공격과 득점 상황에서만 일방적인 환호가 터져 나오는 기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안방임에도 사실상 원정 경기와 다름없는 이질적인 환경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 셈이다.
'홈팀의 이점을 누렸나'라는 질문에 박길영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우리는 대한민국 축구팀 수원FC 위민"이라며 "여러가지로..."라더니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박길영 감독은 "경기 내내 속상하기도 했다. 마음이 좀 그렇다"라고 말을 아꼈다.
여자축구를 향한 관심에 대해서는 "여자축구 관심을 위해 승리가 필요했다.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라며 "(환경이) 많이 열악하다. 이렇게 많은 관중과 기자가 온 것도 처음이다. 설레였고 반가웠다. 선수들은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한마음이었다. 이 계기로 여자축구에 많은 관중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박길영 감독은 "선수들은 한 번이라도 더 뛰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후반전 들어서는 세컨드 볼을 많이 강조했다. 선수들이 대견하다"라며 "지소연에게 페널티킥을 차라고 한 건 나다. 책임은 내게 있다. 지소연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내가 차라고 했으니, 내가 감당하겠다'라고 말했다. 고개 숙이지 말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길영 감독은 "많은 스태프들과 선수 모두 고생했다. 미안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포트리스(수원FC 서포터)들에게도 죄송하다"며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하다. 부탁드린다"라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