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후 형이 아웃됐다고? 말도 안 된다"
메이저리그를 폭격 중인 '바람의 손자'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무시무시한 타격 페이스에 팀 동료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7경기 연속 안타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이정후를 향해 샌프란시스코의 '메이저리그 2년차 신인' 브라이스 엘드리지(24)가 유쾌하면서도 경외심 가득한 찬사를 보냈다.
이정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2026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기록 경신의 순간이었다. 이정후는 3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워싱턴 선발 앤드류 알바레즈의 5구째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안타를 신고했다. 이 안타로 이정후는 17경기 연속 안타를 달성, '추추트레인' 추신수와 '어썸킴' 김하성이 보유했던 한국인 빅리거 최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16경기)을 깨고 대한민국 야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어진 5회말에는 무사 1, 3루 찬스에서 바뀐 투수 브래드 로드의 몸쪽 직구를 기술적으로 잡아당겨 우측 선상을 흐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시즌 23번째 멀티히트를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이 경기 이후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335까지 올랐고, MLB 전체 타율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17경기 연속 안타 기간 타율은 무려 0.500(64타수 32안타)에 달한다. 타석에 들어서기만 하면 2번에 1번은 안타를 치고 나간 셈이다.
이러다 보니 동료들에게 이정후의 '아웃'은 이제 낯선 풍경이 됐다. 7회말 세 번째 타석에서 이정후가 1루수 땅볼로 물러나자, 배팅 케이지에서 대기 중이던 엘드리지는 이정후의 통역을 붙잡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엘드리지는 미국 현지 매체 KNBR과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이정후의 세 번째 타석이 끝나고 그가 아웃된 뒤, 배팅 케이지에서 그의 통역을 만났다. 내가 바로 '도대체 정후 형이 뭘 한 거야?! 아웃됐다고? 그건 받아들일 수 없어'라고 소리쳤다"며 웃픈 일화를 공개했다. 안타를 못 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이정후의 타격감이 경이로운 수준이라는 뜻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신인마저 매료시킨 이정후의 방망이는 패배 속에서도 독보적으로 빛났다. 비록 팀은 수비 실책과 마운드 불을 끄지 못하며 워싱턴에 3-6으로 졌지만, 이정후가 보여준 '역대급 폼'은 현지 언론과 동료들의 찬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추신수와 김하성을 넘어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최정상에 우뚝 선 이정후. 매 타석이 역사가 되는 그의 거침없는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