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체코전 역전승의 원동력 중 하나로 '고지대 적응 훈련'을 꼽았다.
한국은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열린 체코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 멕시코를 비롯해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묶였다. 이번 승리로 한국은 A조 2위에 올랐다. 개막전에서 남아공을 2-0으로 꺾은 조 1위 멕시코를 추격하고 있다. 3위와 4위는 나란히 1패를 기록 중인 체코와 남아공이다.
A조 4팀 모두 전력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첫 경기 결과는 조별리그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한국 입장에선 반드시 승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중요한 경기에서 황인범과 오현규가 골을 터뜨리며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뉴시스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월드컵 첫 경기라 선수들이 조금 긴장했다. 하지만 준비한 것을 보여줬다. 승리한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경기 전 두 가지를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하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였고, 또 하나는 '우리가 하나 돼 경기하자'였다"며 "선수들이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줬다"고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승리한 것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이다. 홍명보 감독 개인에게도 의미가 큰 승리였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두 번째 도전한 월드컵에서, 월드컵 본선 4경기 만에 감독으로서 첫 승을 올렸다. 홍명보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당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에도 1990년 월드컵에 처음 나가서 2002년에 첫 승리를 했다"며 "오늘 승리는 감독으로서 기쁘다. 고생한 선수들이 만들어줬다. 월드컵 1차전 승리는 16년 만인 것으로 안다. 선수들에게 잘했다는 말밖에 할 게 없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한국은 경기 내내 유리한 흐름을 잡고도 좀처럼 골을 만들지 못했다. 전반 슈팅 수에서 8-2로 앞섰지만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0-0으로 후반을 맞았다.
오히려 먼저 실점했다. 후반 14분 체코 수비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울버햄튼)에게 헤더골을 허용했다. 경기 주도권을 잡고도 0-1로 끌려가는 어려운 흐름이었다.
한국을 구한 건 미드필더 황인범(페예노르트)이었다. 후반 22분 황인범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골든보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환상적인 패스 한 번에 체코 수비 라인이 무너졌고, 황인범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을 잡았다.
상대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황인범을 막기 위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황인범은 당황하지 않았다. 침착한 개인기로 골키퍼를 포함한 상대 선수 3명을 속였고, 절묘한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마지막 해결사는 공격수 오현규(베식타스)였다. '캡틴' 손흥민(LAFC)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오현규가 역전골을 뽑아냈다. 후반 35분 황인범이 측면에서 내준 패스를 골문 앞에 있던 오현규가 마무리했다. 오현규는 상대 수비수 뒤쪽에 위치해 있었지만, 한 발 더 움직이며 슈팅 기회를 만들어냈고 그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스코어는 2-1로 뒤집혔다. 한국은 이후 마지막까지 체코의 공세를 막아내며 월드컵 첫 경기부터 귀중한 승점 3을 따냈다.
체력전의 승리이기도 했다. 한국은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중반부터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체코 선수들은 눈에 띄게 지쳐 보였고, 반면 한국 선수들은 역전극을 위해 끝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월드컵 전부터 준비한 고지대 적응 훈련이 효과를 낸 모습이었다.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을 위해 여러 준비를 해왔다. 그중 하나가 고지대 적응이었다. 한국의 조별리그 1차전 체코전과 2차전 멕시코전은 모두 해발 1500m가 넘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다. 홍명보 감독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해발 1400m 안팎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 캠프를 차리고 고지대 적응에 힘썼다.
반면 체코는 유럽예선 플레이오프를 거쳐 힘겹게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만큼 준비 기간이 짧았다. 베이스캠프도 고지대가 아닌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맨스필드에 차렸다.
홍명보 감독도 고지대 적응 효과를 인정했다. 그는 "고지대가 결과적으로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체코는 후반에 지쳤고, 체력적으로 상대를 더 몰아칠 수 있었다"며 "공격적으로 하는 데 있어서 고지대 적응 훈련이 큰 성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날 에이스 손흥민은 슈팅 6개를 시도했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변함없는 믿음을 보냈다. 그는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당연히 나와야 하는 선수다. 주장으로서 준비한 걸 잘 수행했다"며 "찬스를 놓친 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득점 감각이 좋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점골의 주인공 황인범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전했다. 홍명보 감독은 "출전 시간은 60분 정도로 생각했는데, 본인이 조금 더 뛰려는 의지가 있었다"며 "그 결과 득점까지 해서 팀에 큰 도움이 됐다"고 칭찬했다.
역전골을 터뜨린 오현규에 대해서는 "우리가 준비한 하나의 카드였다.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본인이 노력해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제 홍명보 감독의 시선은 오는 19일 열리는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으로 향한다. 홍명보 감독은 "멕시코와 남아공의 개막전을 봤다. 우리와 멕시코가 모두 승점 3을 따서 2차전이 중요해졌다"며 "멕시코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홈 팬들의 열띤 응원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 되겠지만, 이곳에서 한 번 경기해본 것은 조금 다행"이라며 "오늘 승리로 굉장히 긍정적인 부분이 생겼다. 첫 경기가 끝났으니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멕시코전에 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