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축제인 월드컵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인종차별 논란이 터졌다. 한국인 인플루언서를 향해 한 멕시코 남성이 '눈 찢기' 인종차별 제스처를 취했다. 이에 멕시코 현지 팬들도 "부끄러운 행동"이라며 자국민으로 지목된 해당 남성에게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멕시코 매체 메디오티엠포는 13일(한국시간) "할리스코주 지형공간측량기사협회장인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가 인종차별적 제스처로 한국 축구팬을 조롱했다"며 "일부 팬들은 SNS를 통해 울리세스 페르난도의 행동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인종차별 논란은 지난 12일 열린 한국과 체코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나왔다. 당시 66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국 인플루언서 '이노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장 관중석 분위기를 담는 셀카 영상을 촬영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카메라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하지만 이노냥 뒤편에 앉아 있던 멕시코 대표팀 티셔츠 차림의 한 남성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양손 검지를 눈가에 갖다 대는 장면이 포착됐다.
'눈 찢기' 제스처는 손가락으로 눈꼬리를 가로로 늘려 아시아인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동작이다. 오랜 기간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는다.
이에 많은 축구팬들이 분노했다. 멕시코 현지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매체는 "많은 SNS 이용자들이 한국인 인플루언서를 조롱한 남성의 신원을 알리는 일에 나섰다. 해당 남성은 멕시코 할리스코주의 지형공간측량기사협회장 울리세스 페르난도로 지목됐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울리세스 페르난도의 행동을 비난했고, 멕시코 국민을 대표해 한국인 인플루언서에게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 역시 이 논란을 조명했다. 매체는 "북중미 월드컵 도중 한 멕시코 남성이 한국인을 향해 눈 찢기 제스처를 취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며 "일부 네티즌들은 영상에 등장한 남성에게 사과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많은 이들이 댓글을 통해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네티즌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온라인 특성상 SNS 댓글 작성자의 정확한 국적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지만, 글 내용을 보면 대부분 '멕시코인'으로 추정된다.
보도에 따르면 한 멕시코 팬은 울리세스 페르난도를 향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멕시코 사람들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도 높은 비난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그가 멕시코인이라는 게 역겹다"고 적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나쁜 순간과 나쁜 이미지라니 정말 부끄럽다"고 댓글을 달았다. 일부는 해당 남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의 SNS 계정을 태그하며 "그를 직위에서 해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국 관련 게시판에서도 사과의 뜻을 전한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멕시코인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저 멍청이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을 대표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곳에서 매우 사랑받는 나라"라며 "나는 그저 다음 주 목요일 한국과 멕시코가 훌륭한 경기를 치르길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매체는 "일부는 '멕시코에서는 인종차별 의도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훨씬 많았다. 많은 네티즌들이 해당 행동이 명백히 모욕적이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커진 뒤 네티즌들은 영상 속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SNS 계정들을 찾아내 거센 비난을 퍼부었다. 결국 해당 계정들은 사건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미디어 플랫폼인 레조네이트 보이스도 "멕시코 남성이 눈을 뒤로 잡아당기는 동작으로 한국 인플루언서를 조롱했다. 해당 남성은 울리세스 페르난도 협회장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국제 대회에서 여전히 아시아 팬들을 향한 인종차별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과 멕시코는 오는 1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과 '개최국' 멕시코는 체코, 남아공과 함께 A조에 묶였다. 1차전 종료 기준 멕시코가 조 1위, 한국이 조 2위에 올라 있다. 체코가 3위, 남아공이 최하위인 4위다.
앞서 멕시코는 월드컵 개막전에서 남아공을 2-0으로 꺾었다. 한국도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