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찢기' 당한 韓 유튜버 "좋은 사람 더 많아"... 멕시코 팬들 사과·응원→FIFA 초대까지 받았다

이원희 기자
2026.06.17 14:42
한국인 유튜버 윤수진 씨가 북중미 월드컵 현장에서 멕시코 남성에게 인종차별을 당했으나 FIFA의 초대를 받았다. 인종차별 가해자인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는 공개 사과 후 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윤수진 씨는 멕시코 팬들의 사과와 응원에 감사를 표하며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2차전 초청을 수락했다.
유튜버 이노냥. /사진=이노냥 SNS 캡처
한국인 유튜버 이노냥(왼쪽)에게 인종차별 제스처를 취한 멕시코의 할리스코주 지형공간측량기사협회장인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 /사진=레조네이트 보이스 캡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현장에서 인종차별 피해를 당한 한국인 유튜버가 FIFA의 초대를 받았다.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멕시코 현지 팬들도 진심 어린 사과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해당 유튜버도 감동의 답장을 남겼다.

FIFA는 17일(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한국 유튜버 윤수진 씨가 오는 1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초청을 수락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당일은 '국제 혐오 표현 반대의 날'로, 윤수진 씨와 함께 존중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윤수진 씨는 활동명 '이노냥'으로 잘 알려진 인플루언서다. 하지만 그는 북중미 월드컵 현장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인종차별 피해를 당했다.

사건은 지난 12일 열린 한국과 체코의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에서 발생했다. 이노냥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경기장 관중석 분위기를 담는 셀프 영상을 촬영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카메라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하지만 이노냥 뒤편에 앉아 있던 멕시코 대표팀 티셔츠 차림의 한 남성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양손 검지를 눈가에 갖다 대는 '눈 찢기' 제스처를 취했다.

'눈 찢기' 제스처는 손가락으로 눈꼬리를 가로로 늘려 아시아인의 외모를 희화화하는 동작이다. 오랜 기간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는다.

해당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이 분노했다.

멕시코 현지 언론과 팬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멕시코 일간지 엘 우니베르살은 "이노냥은 멕시코 관중들에게 밝게 인사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팬이 손짓을 한 뒤 그녀의 뒤에서 조롱하는 행동을 보이면서 분위기는 불편하게 바뀌었다. 이 남성은 양손을 눈가로 가져간 뒤 눈을 찢는 듯한 동작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SNS에서도 이 사건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많은 멕시코 팬들이 해당 남성의 인종차별 행동에 대해 사과했고, 그의 행동을 비판했다. 또 이번 인종차별이 멕시코인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팬들은 "진심으로, 내 나라에서 당신이 안 좋은 시간을 겪게 해 사과한다. 하지만 믿어 달라. 그런 상황에서 당신을 지켜줄 친절한 사람도 많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한국 만세"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세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국 관련 게시판에도 사과의 뜻을 전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멕시코인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저 멍청이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을 대표하지 않는다. 한국은 이곳에서 매우 사랑받는 나라"라며 "나는 그저 한국과 멕시코가 훌륭한 경기를 치르길 바랄 뿐"이라고 적었다.

한국 유튜버 이노냥. /사진=이노냥 SNS 캡처
멕시코 축구팬들. /AFPBBNews=뉴스1

엘 우니베르살은 "이노냥은 모든 응원 메시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앞으로도 멕시코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또 한국 대표팀을 향한 응원에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조명했다.

실제로 이노냥은 자신의 SNS에 "무려 16시간을 비행해 도착한 나의 첫 멕시코. 처음 경험하는 월드컵의 열기와 분위기는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적었다.

이어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느낀 월드컵. 다음 주에 아직 한 경기 직관(한국·멕시코전)이 더 남아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마지막까지 후회 없이 즐기고, 목이 터져라 응원해보겠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전했다.

멕시코 매체 메디오티엠포는 인종차별 행동을 취한 멕시코 남성이 멕시코 할리스코주 지형공간측량기사협회장인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왼쪽)라고 전했다. /사진=메디오티엠포 캡처
한국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과 2차전 장소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아크론. /AFPBBNews=뉴스1

한편 인종차별 행위를 한 당사자는 할리스코주 지형측량·지오매틱스 엔지니어 협회장이었던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진 뒤 네티즌들은 영상 속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SNS 계정을 찾아내 비판을 쏟아냈다. 울리세스 페르난도의 인종차별 행동을 지적하는 멕시코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결국 해당 SNS 계정들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후 울리세스 페르난도는 "해당 유튜버를 비롯한 모든 분께 공개적으로 사과한다"며 "내 행동을 진심으로 후회하며, 이 순간 내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히 이해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또 협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소속 기관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행동이며, 그에 따르는 결과와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축구팬들. /AFPBBNews=뉴스1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 /AFPBBNews=뉴스1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