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마르티네스(53·스페인) 포르투갈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콩고민주공화국전에서 부진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알나스르)를 끝내 교체시키지 않은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글로벌 매체 ESPN에 따르면 마르티네스 감독은 18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K조 1차전 콩고민주공화국전 1-1 무승부 직후 기자회견에서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세계 최고의 골잡이를 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포르투갈은 전반 6분 주앙 네베스(파리 생제르맹)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고도 전반 막판 요안 위삼(뉴캐슬 유나이티드)에게 동점골을 실점했다. 이후 팽팽한 균형을 깨트리지 못한 채 결국 1-1로 비겼다. FIFA 랭킹은 포르투갈이 5위, 콩고민주공화국은 46위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자이르라는 국명으로 출전한 1974년 서독 대회 이후 무려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나선 팀이다. 포르투갈은 이날 콩고민주공화국의 월드컵 첫 득점과 첫 승점 제물이 됐다.
충격적인 무승부 직후 경기 내내 존재감이 없었던 호날두의 부진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호날두는 이날 첫 슈팅이 후반 23분에 나올 정도로 좀처럼 상대를 최전방에서 위협하지 못했다. 이후 시도한 3개의 슈팅은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워낙 존재감이 적었던 데다 골이 절실했던 만큼 다른 공격수로 교체 가능성도 있었으나, 마르티네스 감독은 그를 마지막까지 뛰게 했다.
문제는 호날두의 부진이 이번 경기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2021년 6월 19일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는 필드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에선 5경기 연속 무득점,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를 포함하면 메이저 대회 10경기 연속 무득점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날 풀타임까지 소화했으니 경기 후 관련 질문이 나왔는데, 마르티네스 감독은 호날두를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치켜세우며 풀타임 출전을 합리화했다.
이같은 마르티네스 감독의 결정은 앞서 '과감한 결단'으로 주목을 받았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는 크게 다른 선택이기도 하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12일 열린 체코와의 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 당시 후반 24분 대표팀 핵심인 손흥민(LAFC)을 빼고 오현규(베식타시JK)를 투입했다. 당시 손흥민은 슈팅 6개를 기록하고도 결실을 맺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대표팀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을 교체 아웃시킨 홍 감독의 선택은 영국 공영방송 BBC 등 외신들도 주목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손흥민 대신 투입된 오현규는 후반 35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바 있다.
이날 호날두를 교체하지 않은 마르티네스 감독의 선택을 두고는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인 크리스 서튼은 BBC 중계에서 "(호날두를 교체시키지 않은 건) 부끄러운 결정"이라며 "마르티네스 감독은 호날두를 교체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 물론 호날두가 골을 넣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경기 흐름에서 크게 멀어진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마르티네스 감독은 이날 콩고민주공화국전 무승부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월드컵에서는 늘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서 "아르헨티나는 지난 2022년 카타르 대회 때 사우디아라비아에 지고도 우승했고, 스페인 역시 2010 남아공 대회 당시 스위스에 패배하고 정상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포르투갈은 오는 24일 우즈베키스탄, 28일 콜롬비아와 차례로 조별리그 K조 2~3차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