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공정성 논란 속 부임한 지 약 2년 만이다. 홍 감독은 한국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멕시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선언했다. 출범 당시부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2년 여정에서도 끝내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그는 2014년 브라질 대회 12년 만에 또 한 번 한국축구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스타뉴스는 일찌감치 참사가 예견됐던 홍명보호의 2년을 돌아보고, 당분간 대혼돈이 불가피해진 한국축구 상황 등을 세 편에 걸쳐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을 끝으로 위르겐 클린스만(62) 전 감독이 경질된 뒤 한국 축구는 새 사령탑이 필요했다. 황선홍(58)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김도훈(56) 전 임시 감독 체제로 짧은 일정을 버텼지만,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정식 감독 선임이 시급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여러 논란 속에서도 홍명보(57)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결말은 최악이었다. 한국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고, 홍 감독은 탈락이 확정되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 2024년 7월, 10년 만에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온 홍 감독의 2년 성적표는 총 26경기 15승 5무 6패였다. 승률은 57.7%였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아주 나쁜 성적표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고, 다른 아시아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은 훨씬 커진다.
'한국의 영원한 라이벌' 일본은 달랐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아시아 3차 예선부터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까지 17승 6무 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그 사이 A매치에서 잉글랜드, 브라질 등 세계적인 강호들도 잡아냈다. 일본이 세계무대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이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이란도 같은 기간 12승 8무 3패를 기록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여파로 월드컵 이전에 치른 A매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아시아 3차 예선에서는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한국은 홍 감독이 모두 지휘한 아시아 3차 예선부터 불안함을 노출했다. 한국은 3차 예선에서 6승 4무를 기록하고 B조 1위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결과만 보면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최종 10차전 쿠웨이트전 4-0 대승을 제외하면 상대를 압도한 경기는 많지 않았다.
홍 감독의 대표팀 복귀전이자 3차 예선 첫 경기였던 팔레스타인전부터 불안했다. 한국은 최약체로 꼽히던 팔레스타인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안방에서 열린 경기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이후에도 한국은 후반 막판 극적인 골에 힘입어 승리하거나, 수비 불안 속에 실점하는 등 승점을 쌓은 경기에서도 개운하지 않은 장면을 반복했다. 팔레스타인 원정, 오만전, 요르단전에서 잇달아 비기며 한때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했다. 다행히 전반 이른 시간 상대가 퇴장당한 이라크를 2-0으로 꺾고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경기력에 대한 의문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당장 한국은 지난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른바 동아시안컵에서도 일본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홍 감독이 플랜A로 삼은 스리백 전술을 본격적으로 내세운 것도 이때부터였다.
한때는 스리백 전술이 자리를 잡는 듯했다. 동아시안컵 이후 2025년 막판 한국은 4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국 미국을 원정에서 2-0으로 꺾었고, 멕시코와도 2-2로 비겼다. 후반 추가시간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기 전까지는 한국의 승리가 눈앞에 보였다.
물론 브라질전 0-5 대패는 뼈아팠다. 그러나 이후 '남미의 다크호스' 파라과이와 볼리비아를 연달아 잡아냈고, 볼리비아전에서는 스리백 대신 포백을 가동하며 전술적 유연성도 보이는 듯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프리카 강호 가나를 1-0으로 꺾었다.
하지만 긴 대표팀 부진과 각종 논란에 지친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이는 관중 수로도 드러났다. 홍 감독의 복귀전이었던 팔레스타인전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 6만 관중 벽이 깨진 뒤, 한국에서 열린 A매치는 연거푸 매진에 실패했다. 홈경기인데도 야유가 쏟아지는 장면도 있었다.
브라질전에서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한국을 찾으면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6만 3237명이 들어찼지만, 이후 파라과이전은 2만 2206명, 볼리비아전은 3만 3852명에 그쳤다. 대표팀을 향한 팬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지난해 막판 대표팀의 성적이 좋았던 만큼 분위기를 바꿀 기회는 있었다. 당시만 해도 홍 감독을 향한 여론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연승 흐름 속에 월드컵 본선을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러나 홍 감독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대표팀은 다시 부진에 빠졌다.
한국은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에 0-4로 완패했다. 상대가 유효슈팅 8개를 기록하는 동안 한국은 2개에 그칠 만큼 내용도 좋지 않았다. 이어 오스트리아에도 0-1로 졌다. 월드컵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나온 연패였다.
홍 감독의 스리백 전술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플랜A가 막힐 경우 이를 대신할 플랜B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스트리아전에서는 홍 감독이 7명을 교체했지만, 대부분 같은 포지션끼리의 맞교체에 그쳤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변화라기보다는 선수만 바뀐 교체에 가까웠다.
베스트11도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30·바이에른 뮌헨)를 받쳐줄 중앙 수비 파트너가 누구인지 마지막까지 뚜렷하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을 때 기복이 있었던 손흥민(34·LAFC)의 활용법도 주요 과제였다. 황인범(30·페예노르트) 역시 부상 여파로 대회 직전까지 정상 컨디션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실전 감각을 통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여기에 조유민(30·샤르자FC)이 낙마하는 등 대회 직전 수비진 부상 변수까지 겹쳤다.
약체로 평가받는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엘살바도르를 꺾으며 자신감을 찾는 듯했지만, 이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멕시코,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조 추첨 직후에는 비교적 수월한 상대를 만났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1승 2패, 승점 3, A조 3위였다.
출발은 좋았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체코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황인범의 환상적인 동점골에 이어 오현규(25·베식타스)가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반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은 2차전에서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최종전 남아공전에서도 0-1로 무너졌다. 홍 감독 체제에서 한국이 먼저 실점한 뒤 승리한 경기는 북중미 월드컵 체코전이 유일했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힘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손흥민의 교체 타이밍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홍 감독은 체코전에서 후반 이른 시간 손흥민을 빼는 승부수로 역전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멕시코전에서도 비슷한 시점에 손흥민을 교체했지만,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남아공전에서는 손흥민이 선발로 나서지도 못했다. 한국은 남아공과 비기기만 해도 A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내내 답답한 공격력을 보였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결국 한국은 최소한의 결과도 만들지 못한 채 자력 32강 진출 기회를 놓쳤다.
조별리그 내내 아쉬운 장면은 반복됐다. 소속팀에서 풀백으로 뛰는 설영우(28·즈베즈다)가 대표팀 윙백 역할에서 부진할 때 이를 대체할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주전으로 뛰는 독일계 혼혈 미드필더 옌스 카스트로프(23·묀헨글라트바흐)의 역할도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대회는 조 1, 2위뿐 아니라 각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도 32강에 오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조 3위 순위에서도 10위에 그쳤다. 결국 48개 팀 가운데 최종 성적 34위로 북중미 월드컵 여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