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를 통해 빅리그 승격의 꿈을 이룬 고우석(28·미네소타 트윈스)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미네소타가 다시 한 번 트레이드를 통해 불펜 투수를 영입한 것이다.
미네소타는 11일(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유망주 포수 라이언 스프로크와 현금을 내주면서 불펜 투수 토미 낸스(35)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21년 시카고 컵스에서 빅리그 데뷔를 이룬 낸스는 이듬해 마이매미 말린스로 이적했고 2024년부터 트레이드 직전까지 토론토에서 뛴 우완 불펜 투수다.
통산 144경기에서 6승 9패 13홀드, 평균자책점(ERA) 4.25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엔 32경기에서 1승 2패 1홀드, ERA 3.82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미네소타로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영입일 수 있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불펜 ERA가 가장 높은 구단이다. 반면 46승 49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서 3위를 달리고 있기에 충분히 가을야구 진출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팀의 유망주 포수 자원을 내주면서까지 즉각적으로 뒷문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낸스를 데려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고우석으로선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LG 트윈스의 수호신으로 활약하던 고우석은 2023시즌 종료 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미국 야구에 도전했는데 험난한 도전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빅리그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마이애미 말린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거쳤다. 방출 대기의 아픔도 피할 수 없었다.
LG에서 복귀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고우석은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MLB 진출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점점 꿈에 다가가고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지난 두 시즌과는 달리 올해엔 트리플A에서 19경기에 등판해 27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패 2세이브 3홀드, ERA 2.6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162,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98로 특급 불펜의 면모를 뽐냈다.
결국 미네소타는 6일 디트로이트와 현금 트레이드로 고우석을 영입했다. 현지 언론에서도 "고우석은 올 시즌 ERA 2.60을 기록하며 29.1% 삼진율을 보였다. 또한 홈런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러한 기록엔 0.239라는 높은 인플레이 타율도 어느 정도 반영됐지만 그의 기본적 능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삼진을 잡아내고 땅볼 유도를 잘하는 그의 능력은 트윈스에 잠재력 있는 또 다른 불펜 옵션을 제공한다. 이는 미네소타가 불펜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귀중한 자산"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 소속 기자 마이크 페트리엘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모든 조합이 그저 완벽(Cool)하다"며 고우석의 이름 표기인 'W. S. Go'를 두고도 "유니폼에 새겨질 그의 이름 'W. S. GO'는 마치 '월드시리즈로 가자!(World Series, Go!)'라는 강력한 주문처럼 보인다. 정말 모든 게 쿨하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10일 미국 미네소타주에 위치한 홈구장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2026 MLB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홈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팀이 2-4로 뒤진 9회초 4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하며 1994년 박찬호 이후 역대 30번째 코리안 빅리거로 이름을 올렸다.
고우석은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첫 타자 대니얼 슈미먼을 1루수 땅볼로 잡아낸 고우석은 패트릭 베일리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며 솔로 홈런을 맞았으나 무너지지 않고 빅리그에서 최고의 컨택트를 자랑하는 스티븐 콴과 10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데 이어 트레비스 바자나를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워 이닝을 마무리했다.
홈런이 나오긴 했지만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한 방이 아니었고 오히려 씩씩한 투구가 더 빛난 경기였다. 다만 이제 빅리그에 막 발을 디딘 고우석에게 낸스의 합류는 달가울 리 없다.
그럼에도 고우석의 입지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네소타에선 요엔드리스 고메즈(ERA 1.78)와 앤드류 모리스(3.48)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한 믿음을 얻고 있는 불펜 투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낸스가 필승조로 곧바로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우석이 데뷔전과 같은 씩씩한 투구를 꾸준히 이어갈 수만 있다면 미네소타 내에서 충분히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