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괴물 공격수가 이토록 꽁꽁 틀어막힌 적은 없었다. 월드컵 전 경기 득점 행진을 이어가던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부진 끝에 팀의 탈락을 막지 못했다.
노르웨이는 12일 오전 6시(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잉글랜드에 1-2 역전패를 당했다.
16강에서 브라질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노르웨이는 우승 후보 잉글랜드의 벽을 넘지 못하고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패배의 중심에는 노르웨이의 에이스 홀란의 침묵이 있었다. 홀란은 이번 대회 본인이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골맛을 봤다. 조별리그 이라크전(2골), 세네갈전(2골)에 이어 코트디부아르전(1골), 16강 브라질전(2골)까지 출전한 4경기에서 무려 7골을 몰아치며 전체 득점 3위(리오넬 메시·킬리안 음바페 각 8골)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8강 잉글랜드전은 달랐다. 잉글랜드 대표팀에는 존 스톤스(맨시티), 마크 게히(크리스탈 팰리스)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매주 마주치거나 같은 팀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홀란의 플레이 스타일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EPL 수비진의 집중 견제에 홀란은 장기를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실제 기록을 봐도 홀란의 부진은 명확했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풋몹'에 따르면 홀란은 이날 잉글랜드 수비에 꽁꽁 묶여 경기 내내 단 21번의 볼 터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골 기댓값(xG) 역시 0.11에 불과할 정도로 영향력이 미비했다. 경기 동안 시도한 슈팅도 단 두 번뿐이었고, 그중 유효슈팅은 한 차례에 머물렀다.
전후반 90분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홀란은 연장전에서도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결국 연장 전반이 끝나자마자 교체되어 피치를 떠났다. 벤치로 물러난 홀란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자신의 얼굴을 파묻으며 진한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홀란이 침묵한 가운데 노르웨이는 발이 빠른 날개 자원들로 잉글랜드를 공략했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잉글랜드가 잡았지만, 선제골은 노르웨이의 몫이었다. 전반 36분, 시엘데루프가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뒤 날카로운 왼발 슛으로 선제 득점을 올렸다. 잉글랜드도 곧바로 반격했다. 전반 추가시간 앤서니 고든의 패스를 받은 주드 벨링엄이 문전 쇄도 후 왼발 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들어 잉글랜드는 부카요 사카와 에베레치 에제, 리스 제임스 등을 차례로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줬다. 노르웨이는 후반 6분 토르비에른 헤겜이 코너킥 상황에서 골망을 흔들었지만, 비디오 판독(VAR) 끝에 파울이 선언돼 득점이 취소됐다. 이후 노르웨이가 교체 카드 3장을 활용하며 변화를 꾀했으나 추가 골 없이 전후반 90분이 종료됐다.
희비는 연장전에서 갈렸다. 연장 전반 3분 잉글랜드 모건 로저스의 중거리 슛이 골키퍼 손에 맞고 흐르자, 벨링엄이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멀티골이자 역전 결승골을 뽑아냈다. 뒤처진 노르웨이는 연장 전반 종료 후 홀란을 빼고 요르겐 스트란 라르센을 투입하며 마지막 총공세를 펼쳤으나 끝내 잉글랜드의 단단한 방패를 뚫어내지 못했다
이번 대회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꼽히며 돌풍을 이끌었던 홀란의 생애 첫 월드컵 도전은 익숙했던 잉글랜드 무대의 적수들에게 가로막힌 채 8강에서 멈추게 됐다. 승리한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와 스위스 경기 승자와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