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축구대표팀은 이미 탈락했지만,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예정이다. 세계인의 축제가 또 한 번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한 무대'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매체 HITC는 16일(한국시간) "'트럼프가 또 시작했다'"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발표된 전례 없는 변화에 팬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은 결승전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다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매체는 "FIFA는 결승전을 앞두고 화려한 폐막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행사에는 로비 윌리엄스, 니콜 셰르징거, 아이쇼스피드, 톰 크루즈 등이 출연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제니퍼 허드슨이 미국 국가를 부르기로 한 결정이 전 세계 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은 오는 20일 오전 4시 미국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결승전에 앞서 무려 90분 동안 폐막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미국의 유명 가수 제니퍼 허드슨이 미국 국가를 제창한다. FIFA는 "화려한 행사와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FIFA 월드컵이 막을 내린다"며 "세계적인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글로벌 슈퍼스타 제니퍼 허드슨이 월드컵 결승전에 앞서 미국 국가를 제창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반적으로 월드컵 경기에서는 맞대결하는 두 나라의 국가가 연주되는데, 미국이 결승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개최국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 국가를 별도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논란으로 얼룩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AS모나코)의 퇴장 징계 철회다.
발로건이 레드카드 징계로 16강전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놓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징계 재검토를 요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FIFA는 발로건의 출전 정지를 이례적으로 철회했다.
이란 선수들을 둘러싼 문제도 있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이란 선수들은 비자와 이동 문제 등으로 정상적인 월드컵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수단 소집에 차질이 생겼고, 베이스캠프 운영에도 변수가 발생하면서 월드컵이 정치적 갈등에 휘말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승전에도 직접 참석한다. 그는 인판티노 회장과 함께 우승팀에 월드컵 트로피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월드컵 결승전의 주인공이 선수들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가 제창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승전 참석, 트로피 시상까지 겹치면서 세계인의 축제가 사실상 '트럼프 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스포츠 매체 더 컴백은 "트럼프 대통령은 월드컵 내내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으며, 이는 전 세계 축구계의 분노를 계속해서 촉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결승전에서 우승팀에 직접 트로피를 전달하도록 한 FIFA의 결정, 대회 내내 이어진 이란 선수들을 향한 대우, 발로건의 출전 정지 징계를 뒤집는 과정에 트럼프가 개입한 사실 등으로 그는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결승전에 출전하지 않는데도 FIFA가 미국 국가를 연주하기로 하자, 팬들은 이번 결정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의심하며 다시 한번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영국 언론 가디언도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의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를 지적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