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월드컵 탈락에 국가대표팀 자체가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토마스 투헬(독일)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의 전술적 선택을 두고 선수단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며 파장이 일고 있다.
영국 매체 'BBC'는 17일(한국시간) "지난 수요일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1-2로 석패한 이후 잉글랜드의 수비적인 후퇴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며 "이 주제는 현재 투헬 감독이 이끄는 선수단 사이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어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다수의 핵심 선수들이 경기 후반부 잉글랜드의 전술에 불만을 터트렸다"고 폭로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최소 3명의 베테랑 선수가 경기 후반 잉글랜드의 소극적인 운영에 대해 사석에서 강력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4강 아르헨티나전에서 잉글랜드는 후반 10분경까지 1-0으로 앞서가며 1966년 이후 64년 만의 첫 월드컵 결승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수 다섯 명을 배치하며 버티기에 들어갔고, 도리어 이것이 아르헨티나의 파상 공세를 자초하며 후반 막판 뼈아픈 역전패를 허용하는 꼴이 됐다.
잉글랜드 전설도 분노헀다. 'BBC' 해설위원 웨인 루니 역시 투헬 감독의 전술 실패를 직격했다. 루니는 "이번 패배는 감독과 그가 내린 결정에서부터 시작됐다"며 전술적 패착이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수단 내에서도 감독의 교체 타이밍과 전술 수정이 수비 라인을 과하게 내리게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양새다. 한 관계자는 'BBC'를 통해 "잉글랜드는 너무 이른 시간에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내려앉았다"고 꼬집었다. 매체는 "일부 선수들은 수비진의 체력적 부담을 덜고 아르헨티나를 골문에서 밀어내기 위해 후반 막판까지 더 과감한 전방 압박을 펼쳤어야 했다며 감독의 지시에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고 짚었다.
사태가 확산되자 투헬 감독은 영국 현지 언론을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발언 내용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투헬 감독은 "구조적으로 너무 수비적으로 변했다. 파이브백을 쓴 것은 더 능동적으로 측면을 막으려는 취지였고, 수비적으로 내려앉으려던 의도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잉글랜드는 공을 소유하며 압박을 풀어냈어야 했다"면서도 "경기를 지배하고 볼을 통제하는 것은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DNA와 달리 우리 잉글랜드의 DNA에는 없는 것 같다. 그것이 큰 문제"라며 화살을 선수단의 성향으로 돌리는 뉘앙스의 발언을 남겼다.
당초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과거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 시절의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 적임자로 투헬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높이 평가해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투헬 감독은 부임 후 첫 세계 무대에서 전술 실패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현지에서는 선수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잉글랜드가 유로 예선에서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묘한 긴장감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마크 불링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FA 수뇌부는 여전히 투헬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는 상태다. FA는 오는 토요일로 예정된 프랑스와의 3·4위 위로전 일정을 모두 마친 뒤, 선수단이 귀국하는 대로 이번 월드컵 대회 성과와 아르헨티나전 패배를 둘러싼 내부 갈등 양상에 대해 본격적인 종합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