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월드컵 우승에 진심이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지독한 징크스 때문에 생애 첫 월드컵 결승전 현장 참관을 전면 포기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는 17일(한국시간)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미신 때문에 월드컵 결승전 현장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며 "대통령은 결승전 당일에도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두꺼운 재킷을 그대로 입은 채 경기를 시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은 오는 20일 오전 4시에 열리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결승전에서 맞붙는다. 2022 카타르월드컵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와 함께 두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다.
보도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은 디펜딩 챔피언인 아르헨티나의 지난 7경기를 모두 지켜봤던 자택에서 스페인과 운명의 결승전을 관람할 계획이다.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특히 아르헨티나에서는 '카발라'라고 불리는 믿음과 습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무게감을 지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밀레이 대통령은 결승전이 열리는 미국 뉴저지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할 것으로 널리 예상됐다.
하지만 월드컵 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단호히 손사래를 쳤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현지 라디오 매체 '엘 웁세르바도르'를 통해 "앞선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대통령 관저인 올리보스에서 모든 경기를 계속 시청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진행자가 미신적인 이유 때문에 자택에 머무는 것이냐고 묻자 밀레이 대통령은 "관저가 춥지만 난방을 전혀 틀지 않고, 대신 특정 석유 회사 브랜드가 새겨진 두꺼운 재킷을 입는다"며 "지난 스위스전 당시 너무 더워서 재킷을 잠시 벗었는데, 그 순간 귀신같이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깜짝 놀라 재킷을 다시 입은 후로는 단 한 번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밀레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아르헨티나 국민들 역시 팀이 승리 가도를 달릴 때 완벽하게 동일한 일상을 고수하는 저마다의 '카발라'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세탁하지 않은 똑같은 유니폼을 매 경기 입는가 하면, 집 안의 정확히 같은 위치에서만 경기를 보기도 한다. 심지어 아르헨티나가 골을 터뜨리는 순간 우연히 화장실에 있었던 사람은 액운을 막기 위해 남은 시간 동안 화장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웃지 못할 규칙까지 존재한다.
사실 아르헨티나 대통령들이 대표팀의 중대한 월드컵 경기에 직접 참석하는 것을 경계해 온 역사는 꽤 깊다.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개막 직전 대표팀을 직접 격려 방문했지만, 아르헨티나는 개막전에서 카메룬에 0-1로 패하는 역대급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후 메넴 대통령에게는 불운을 몰고 오는 거대한 불길한 징조라는 뜻의 '무파'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이 징크스 탓에 아르헨티나의 그 어떤 현직 대통령도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기묘한 전통이 오늘날까지 철저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