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독도남' 박종우(37)처럼 징계를 피하지 못하게 될까. 잉글랜드전 역전승 이후 '포클랜드 제도' 관련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14년 전 박종우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앰비토'는 16일(한국시간) "FIFA가 말비나스 제도(포클랜드 제도) 관련 현수막에 대해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우 사례가 전례로 거론되면서 징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박종우 사례가 가장 가까운 전례로 떠오르고 있다"며 2012년 사건을 조명했다. 당시 박종우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확정한 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결국 그는 메달 수여식 참가가 금지됐고, 이후 국제대회 2경기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받았다.
글로벌 매체 '비인 스포츠' 역시 "박종우는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낸 뒤 징계를 받았다. 그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영유권 분쟁을 가리키는 문구를 들어 올렸다"라며 "이 결정은 FIF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사례가 됐다"고 짚었다.
아르헨티나 선수단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아르헨티나는 같은 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4강전에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후반 10분 앤서니 고든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40분과 추가시간 각각 엔소 페르난데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로써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무대를 밟으며 대회 2연패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결승 상대는 프랑스를 꺾고 올라온 스페인. 양 팀의 맞대결은 바르셀로나의 과거 에이스인 리오넬 메시와 현재 에이스인 라민 야말의 격돌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종료 휘슬이 불린 뒤 경기 외적인 논란이 불거졌다. 아르헨티나 선수단이 포클랜드 제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펼치며 특별한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 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에선 말비나스 제도라고 부르는 섬으로 소유권을 두고 과거 두 국가가 전쟁을 벌였던 땅이다.
지리적으로 보자면 아르헨티나와 아주 가까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포클랜드 제도는 엄연히 영국의 해외 영토다. 영국이 먼저 발견한 뒤 오랜 기간 지배해 왔고, 1982년 4월 아르헨티나군의 침공을 막아내기도 했다. 심지어 현지 주민들도 2013년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비율(99.7%)로 영국령으로 남길 택했다.
하지만 몇몇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말비나스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리며 영국을 도발했다. 포클랜드 제도를 둘러싼 갈등은 경기 전부터 우려를 모았고, FIFA도 아르헨티나 팬들이 관련 깃발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직접 나서버린 것.
심지어 레안드로 파레데스는 "말비나스는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아르헨티나의 것"이라고 당당히 외쳤다. 아르헨티나 부통령 빅토리아 비야루엘 역시 소셜 미디어에 군인 영상을 올리며 "포클랜드는 아르헨티나의 것이다. 경기장에는 가져오지 못하게 막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피와 가슴 속에 품고 있다"고 적었다.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FIFA가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FIFA 규정은 공식 경기 전·중·후 정치적·종교적·개인적 메시지를 표현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 제34조 4.3항에 따르면 선수와 대표단 구성원 모두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시간, 경기 중, 그리고 경기 종료 후까지 어떤 언어와 어떤 형식으로도 정치적 메시지를 드러내는 것이 금지된다.
징계위원회가 이번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어떤 제재가 내려질지 결정된다. 경고, 국가협회에 대한 금전적 벌금은 물론이고 사안이 충분히 중대하다고 판단될 경우 스포츠 징계(출전 정지)까지도 가능하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둔 아르헨티나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결승전이 열리기 전에 징계가 확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FIFA의 제재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측에서도 아르헨티나 선수단의 행동을 비판하며 FIFA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종우의 사례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앰비토는 "이 현수막은 관중석의 팬들이 선수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아르헨티나 축구협회(AFA)에 대한 벌금이다. 현수막을 함께 펼친 선수들에게도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매체는 "징계 절차에 필요한 시간과 여러 선수가 함께 행동했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거론된다. 박종우 사례는 FIFA가 이번 행동을 규정 위반으로 판단할 경우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AFA는 2014년에도 같은 행동으로 벌금 징계를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종우 이후로도 정치적 표현과 관련된 사례는 있었다. 2024 유로 우승 당시 "지브롤터는 스페인의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친 알바로 모라타와 로드리가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세르비아를 상대로 골을 넣은 뒤 알바니아의 쌍두수리 세리머니를 펼쳤던 스위스의 그라니트 자카와 제르단 샤키리가 벌금 징계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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