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의 과감한 선택이 대성공을 거뒀다. 심우준(31·한화 이글스)이 올 시즌 첫 1번 타자로 나서 최상의 결과로 믿음에 부응했다.
심우준은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 2026 신한 SOL KBO리그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스리런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팀의 7-3 승리를 견인했다.
전날 휴식 차원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했던 김경문 감독은 이날 심우준을 1번에 배치했다. 전날 1번 타자 오재원이 4안타 맹활약을 펼쳤고 심우준은 올 시즌 첫 1번 선발 출전이 없었기에 의외의 결정이었다. 상대 에이스 애덤 올러를 상대로 7타수 3안타 2타점으로 강했던 점을 높게 산 것이다.
심우준은 1회 첫 타석에선 3루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2회 기회를 살렸다. 올러가 1사에서 이도윤과 박정현에게 제구가 흔들리며 연달아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타석에 오른 심우준은 1,2구 투심 패스트볼에 파울과 헛스윙으로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으나 3구 존 한복판으로 향한 슬라이더를 강타, 좌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장식했다.
지난 4월 1일 KT 위즈전 이후 무려 3개월여 만에 나온 시즌 3호 홈런. 4회에도 2사에서 타석에 나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봤으나 2구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6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이날도 심우준에게 고전한 올러는 5회까지 92구를 던져 4실점하고 아쉬움을 남긴 채 강판됐다. 기세를 탄 심우준은 6회말 바뀐 투수 이태양을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날려 다시 한 번 투수를 교체시켰다.
올러만 만나면 강해진다. 심우준도 "타자들마다 자기에게 타이밍이든 뭐든 잘 맞는 투수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은 안 하는데 이상하게 타석에 들어가면 올러 선수의 공이 좀 잘 보이더라"며 "저와 (올로의 공이) 방망이 면이 잘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50억원에 영입되며 한화가 기대했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부진했고 올 시즌에도 타선의 중심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1번 타자로 출전할 것이라는 건 스스로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심우준은 "시합은 이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번에서 (오)재원이나 (최)인호가 잘하고 있어서 (1번은) 전혀 생각을 못했다"며 "감독님께서 훈련 끝나고 1번이라고 하셔서 '잘해보겠습니다'라고 하긴 했는데 잘했다. 감독님께서 만족하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1번 타자 출전에 친한 동료들의 연락도 받았다. "(박)찬호가 (수원 KT전) 우천 취소됐는데 라인업을 봤는지 자꾸 웃더라. '어떻게 쳐야 돼' 물었는데 답장을 안 하더라"며 "이따 확인해 봐야겠다. 라인업을 보더니 (강)백호도 영상 통화가 왔다. 못받았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궁금하긴 하다. 전화해보고 알려드리겠다"고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한 채 나서 첫 타석에서 내야 땅볼로 돌아선 게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심우준은 "첫 타석에는 1번 타자니까 '어떻게 쳐야 되지'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첫 타석 끝나고 이후엔 1번 타자지만 아니라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대만족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1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3점 홈런을 포함해 3안타 4타점으로 맹활약하며 공격을 이끈 심우준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했던 출전에 특별히 욕심을 보이지도 않았다. 홈런도 색다른 접근에서 나왔다. 심우준은 "우측 방향으로 치려고 했는데 그렇게 안 했다면 슬라이더도 못 쳤을 것 같다"며 "우측 방향으로 계속 치려고 하다 보니까 스위퍼 궤적에 걸렸다. 직구 타이밍에 나가다가 걸렸다"고 말했다.
.직구를 예상하고 빠르게 방망이를 냈지만 슬라이더가 날아들었고 예상치 않게 당겨치는 타구가 나왔고 더 힘이 실려 3개월여 만에 홈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행운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런 결과들이 쌓여 올 시즌 올러 상대 타율 0.500(10타수 5안타) 5타점 맹타를 휘두르게 된 것이다.
옆구리 통증으로 팀에서 이탈한 강백호를 비롯해 노시환도 손가락 부상으로 수비 소화가 힘들고 요나단 페라자도 이날 경기 도중 다리가 불편해 교체됐다. 전 주장 채은성도 아직까지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남은 선수들이 더욱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우준은 덤덤했다. "솔직히 지금쯤이면 우리 팀 뿐 아니라 안 아픈 선수가 없을 것이다. 다 참고 하는 것이다. 참고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팀 성적이 완전히 밑에 있다면 모르겠지만 더 올라갈 수 있는 찬스가 있기 때문이다. 다 참고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유격수 자리를 든든하게 잘 지켜주고 그러다 보면 팀 사정도 좋아지고 백호도 돌아오고 그러면 순위도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